나는 중독에 약하다
나는 중독에 약하다.
한번 시작하면 참을 수 없다.
어젯밤 시작한 체스도 그랬다.
자정이 한참 넘어간 시간이었다.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안 오길래 아이폰을 들었다.
무작정 생각없이 체스 앱을 킨 것은 아니었다.
분명 시작하면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성의 끈이 전전두엽까지 닿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중독이 으레 그러하듯이, 눈 떠보니 아침 7시였다.
이기기도, 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승패가 아니었다.
무료한 새벽녘을 자극하는 체크메이트와 분노. 그 두 가지가 문제였다.
게임에서 승리할 때면 그 쾌락을 잊지 못하고 '다음 게임' 버튼을 누르게 된다. 게임에서 패배할 때면 그 좌절감을 극복해야한다는 생각에 같은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에조차도 나는 너무도 잘 안다.
모든 중독의 끝에는 충동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함께 한다는 것을 말이다.
빨간 해가 하얗게 물들 때까지 체스를 하고, 기억도 나지 않는 잠을 청했다.
그렇게 오후 늦게 어렵사리 몸을 일으킨 나는 후유증에 한동안을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날이면 언제나 우울감에 괴로웠다.
왜 참지 못했을까. 왜 나는 참지 못한걸까.
ADHD 진단을 받기 전에는 모든 것이 나의 의지 부족과 성격 문제로 치환됐다.
전전두엽의 충동 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했다.
누군가 내게 그것을 말해주었더라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노력과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믿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인간의 의지는 만능이 아니다.
뒤집을 수 없는 게임도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체스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약을 계속 복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