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슬프고, 어지럽고, 아프면서까지 자극적인 예술을 만들어야 하는가
내 주변의 ADHD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DHD를 결함으로 보고 제거하고 싶어 하는 이들과, 특수성으로 보고 포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내가 하는 음악이나 예술 분야는 산업 특성상 ADHD의 수혜자들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생산성이 좋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춤을 추고, 음악을 만들며,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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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효율이 좋은 것은 아니다. 노력의 정도를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지각, 부상 등의 부작용을 겪는다.
예를 들어 아는 웹툰 작가 중 한 명은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다가 몸이 망가져 휴재와 지각을 일삼는다.
춤을 참 좋아하는 댄서 친구도 8-9시간을 줄곧 춤을 추다가 무릎 연골이 닳아버렸다.
그럼에도 당장 밤을 새우는 열정으로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일은 사회적으로 경쟁력 있는 특성일 때가 많다.
예로 ADHD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빌 게이츠와 같은 사업가,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 등은 '비정상적인 집중'을 통해 성과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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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한다.
ADHD라는 특성을 만져지는 결과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이익을 보는 분야가 더 많다.
당장 내가 직업 삼은 언론 일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는 꼼꼼하지 못하고, 검증을 싫어하며, 룰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증상 때문에 기사를 쓰거나 영상을 만들 때 맞춤법과 같은 디테일을 반복해서 지적당하곤 한다.
ADHD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현무가 지각 등으로 경위서를 수백 번 썼다고 한다.
나도 '죄송합니다' 류의 인사만 100가지 정도는 하고 다닌 것 같다. 따라서 나 역시 운이 좋아서 겨우 방송 일을 하고 있을 뿐, 그것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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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보면 ADHD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커리어로 선택하고, 향유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되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의사, 변호사와 같이 꼼꼼함과 철두철미함을 갖춰야 하는 직업을 감히 선택하기가 어렵다.
이어폰을 한 달에 3-4번씩 잃어버리고, 충동적으로 들어가서는 안될 곳에 들어가며, 자잘한 실수를 달고 사는 나는 잘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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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DHD만이 커리어의 발전 척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력과 재능 등으로 ADHD의 단점을 이겨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ADHD를 없애고 싶은 쪽에 가깝다.
정확히는 잘 극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주 슬프고, 무기력하고, 어지럽고, 아프면서까지 자극적인 예술을 만들고 싶은 의욕은 없다.
밤을 새우거나, 남들보다 심각하게 많은 양의 일을 해내면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다.
예전에는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처럼 밤새서 미친 사람처럼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만이 멋져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랑으로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인간도 마찬가지로 멋져 보인다.
ADHD를 잘 활용해보겠다는 이들의 초를 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잘 해냈으면 좋겠다.
당신이 어떤 ADHD 던. 그것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일에 있어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다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