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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대표 Sep 30. 2021

약 복용을 잠깐 중단했더니 너무 슬퍼졌다

콘서타 복용을 중단했다. 4일째다.

ADHD 약인 콘서타 복용을 중단했다.


콘서타 복용을 중단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부모님의 권유였다.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추석 연휴를 보내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한 것이 화두였다.


신체 스트레스가 쌓이니 바닥에 드러눕거나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로 흔드는 틱 증상이 발생했고,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아버지가 아는 정신과 의사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나를 보지도 못한 정신과 의사는 아버지의 흥분된 말만 듣고 복용 중단을 권유했고, 나는 이후 복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


복용 중단의 대가는 슬픔이었다.


표면적으로 먼저 드러난 것은 집중력 부족이었다.


재택근무 도중임에도 쉽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일을 미루고 약속에 늦는 일이 약을 복용했을 때보다 많이 잦아졌다.


분노조절 역시 어려워졌다.


엘리베이터가 늦게 도착한다거나, 회전문에서 누군가 나를 앞서가거나, 내 앞에서 느리게 걸어간다거나 하는 아주 사소한 행위들에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나를 걱정하시거나 잔소리를 할 때 그 잔소리가 너무 듣기가 싫고 예민해지기도 했다.


이전에 그런 것들이 견디기 힘들어서 부모님과의 대화를 단절한 적이 많았다.


약을 복용한 이후 평소보다 부모님과의 대화가 조금 수월해졌었다.


근데 부모님의 조언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니, 다시 소통의 단절이 생겼다.


 복용 중단의 부작용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를 원망하게 됐다.


슬프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약 복용을 시작했던 것인데 약 복용에서 오는 부작용들로 인해서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되니 참 아이러니하고 불편하다.


누군가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게 되느니, 나의 의지로 약 복용 여부를 다시 재검토해야겠다.


내일부터 다시 약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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