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떠난 삼척 겨울 여행.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 연초 휴가와 겨울 방학을 맞이해 국내 여행을 가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건조한 날씨 탓에 전국적으로 대기 상태가 더욱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같은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대기에서 이동하는 미세먼지는 풍향과 고도, 지형, 주변의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중국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서쪽에는 높은 태백산맥과 동쪽의 거친 바다를 낀 강원도 삼척을 이번 겨울 여행지로 추천하는 이유다. 삼척은 강원도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연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옅은 편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도 미세먼지가 걱정되는 요즘, 삼척에서 건강하고 현명한 겨울 여행을 즐겨보는 게 어떨까.
겨울에도 아름다운 한국의 나폴리, 삼척
미세먼지를 핑계 삼지 않아도 삼척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해안가의 경관으로 유명하다. 이 ‘한국의 나폴리'라는 말은 장호리에 있는 항구 장호항 일대를 중심을 일컫는 말로, 에메렐드색의 맑은 바닷물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풍경이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를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졌다. 바위로 둘러싸인 형태 덕분에 거칠기로 유명한 동해이면서도 잔잔한 파도가 일렁인다. 여름의 장호항은 주로 투명카약과 스노쿨링 같은 레저 스포츠로 많이 알려졌지만, 겨울에도 운치 있어 여름과는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바다가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는 해상 케이블카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감상하는 방법은 해상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에 개장한 삼척 해상 케이블카는 바닷바람도 피하면서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약 880m 길이의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는 장호항 근처 장호역에서 탑승하거나, 장호항보다 살짝 북쪽에 있는 용화역에서 탈 수 있다. 장호역과 용화역 사이를 건너는 7분 동안 바닥에 뚫린 투명 창으로 바깥 광경을 보고 있으면 그 풍경이 아름다워 바다 위를 달리는 중이라는 아찔한 사실도 잊게 된다. 장호역에는 바깥이 사방으로 보이는 전망대와, 실내에서도 바깥 풍경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벽의 커피숍도 있으니 케이블카를 타기 전이나 탄 후에 실내에서 따뜻하게 경치를 감상해보자.
삼척해상케이블카
■ 주소 :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항길 12-10
■ 홈페이지 : http://www.samcheokcablecar.kr
겨울에 더 따뜻하고 촉촉한 대이리 동굴지대
쌀쌀한 바닷바람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덕항산 자락에 있는 대이리 동굴지대로 가보자. 동굴 안이 햇빛이 들지 않아 추울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사계절 내내 영상 10도 전후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동굴 내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외부의 공기가 쉽게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이리 동굴지대에는 이런 동굴들이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7개가 있고 그중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석회암 동굴이라는 환선굴도 있다. 약 5억 3천만년 전에 생성되었다는 이 동굴들은 내부에 샘과 먼지 쌓일 새 없이 쏟아지는 폭포까지 품고 있다. 습도가 높아서인지 신비로운 안개도 가득하다. 동굴에서는 그간 실내외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건 물론, 건조할 때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도 덤으로 피할 수도 있다.
수억년간 청정 자연을 간직해온 대금굴
그중에서도 특히 대금굴은 시원한 물줄기를 많이 갖고 있다. 겨울에는 보기 드물게 콸콸 쏟아지는 폭포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수량이 풍부한 대금굴은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의 아름다운 동굴 생성물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생성되고 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괜히 지정된 게 아니다. 대금굴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것은 2007년이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개방된 한국의 동굴 중 가장 최근이다. 개방 이후에도 동굴 내부의 오염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하루 관람 인원 및 개인행동이 불가하도록 관람 방법을 제한하고 있다. 5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경관이 가장 깨끗하게 잘 보존된 이유이다. 대신 이 때문에 동굴 탐방은 예약제로만 이루어지며 동굴로 입장하는 모노레일 또한 하루 운행 횟수가 정해져 있다. 동굴 관람을 원한다면 웹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해야 하니 홈페이지를 미리 확인해보길 바란다.
대금굴
■ 주소 : 강원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
■ 홈페이지 : http://samcheok.smartix.co.kr
올스테이 Tip!
대금굴은 실내 사진 촬영이 금지다. 좀 더 자유로운 관람을 원한다면 대금굴 옆의 환선굴을 추천한다.
닭갈비야, 닭볶음탕이야? 삼척 명물 물닭갈비
산자락의 동굴 지대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면 삼척의 향토음식 물닭갈비를 맛볼 수 있다. 도계읍의 ‘원희네 닭갈비'는 약 30년간 물닭갈비를 고수해온 삼척에서 가장 오래된 닭갈비집이다. 메뉴에 ‘닭갈비'라고 쓰여 있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철판 닭갈비를 생각하면 안 된다. 여기서 파는 닭갈비는 국물이 자작하고 채소가 듬뿍 들어간 물닭갈비이기 때문이다. 과거 도계읍이 탄광촌이었을 때, 온종일 탄가루를 뒤집어쓰면서 일하고 온 광부들의 텁텁한 목을 풀어주고자 국물을 많이 낸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요즘 미세먼지를 많이 뒤집어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칼칼한 국물이 아닐까. 겉으로만 보면 닭고기가 들어간 매운탕 같기도 하고, 졸여서 먹다 보면 닭볶음탕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 하이라이트 볶음밥까지 볶아먹는 걸 보면 명색이 닭갈비가 맞다. 닭고기와 각종 사리에 볶음밥까지 풀코스로 완료하고 나면 피곤했던 몸도 원기를 되찾을 것이다.
원희네 닭갈비
■ 주소 : 강원 삼척시 도계읍 도계로 319-43
■ 전화번호 : 033-541-9821
바다와 스파를 한번에, 라온스파펜션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스파만큼 겨울 여행에 잘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해안가 바로 옆에 있는 라온스파펜션은 2019년 1월에 신축된 펜션이다. 신축 건물답게 깔끔한 외관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호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모든 객실 안에는 스파가 갖춰져 있는데, 그 옆에는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파도치는 해안 절경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따뜻한 객실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 해돋이를 바라보는 것도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겨울 동안 추위와 미세먼지로 쌓인 피로, 바다와 스파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라온스파펜션에서 풀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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