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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츠인마이트립 Dec 11. 2019

호강은 셀프, 라오스 힐링여행 | 리버사이드 호텔 후기

라오스 자유여행, 라오스 호텔 추천, 방비엥 숙소, 리버사이드 리조트


아침에 눈 떠서 가장 행복한 기분이 들 때가 언제일까?

내 경우엔 '아, 오늘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라는 걸 인지했을 때다. 

그건 곧 '내 마음가는 대로 무엇이든 해도 돼' 와 같은 의미니까.


그런데 그 장소가 외국의 수영장 딸린 호텔이라면?  

내가 이방인인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할, 또는 아무것이나 해도 될 자유를 얻는다고 상상해보자. 멋진 뷰, 아늑하고 좋은 침구에서 뒹굴며 쏟아지는 햇살을 받는 거다.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그 기분들을 모아 글자로 만들면 아마도 '휴양'이 되지 않을까?


플랜맨들이 들으면 뒤로 넘어갈 이야기지만서도,  언제부턴가 무계획의 호캉스나 집캉스가 트렌드가 된 걸 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 듯 하다.


무작정 떠나온 라오스지만 숙소만큼은 신중하게 골랐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고생, 모험, 서프라이즈, 에피소드들을 더 좋아했다면 이제는 심신의 안정과 셀프 호강도 그만큼 중요해진 거다.


라오스 리버사이드 부티크 호텔


생각보다 소박했던 라버사이드 부티크 호텔의 입구. 너무 더워서 뛰어들어갔다.


방비엥은 30분정도 걸으면 모든 마을을 다 파악할 수 있는 작은 도시였다.

어렵지 않게 찾은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는 오토바이들과 버기카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었고, 그대로 모래먼지들이 뿌옇게 일어 시야를 흐렸다. 

시골길을 터덜터덜 걸으며 우리는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다. 

이럴리가 없는데. 우린 방비엥에서 제일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고!

한참을 긴장과 의심으로 걸어오니 열대의 야자수들로 뒤덮인 소박한 입구가 보였다. 

더위가 절정을 찍어 언니와 내가 서로 말이 없어질 무렵이었다. 



다행히, 리버사이드 부티크 호텔의 호텔리어는 눈만 마주쳐도 기분이 좋아지는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는데, 라오스 사람들은 얼굴의 모든 근육으로 웃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웃으면 주변이 환해지는 그런 느낌.  나도 웃으면 누군가에게 그런 인상을 주려나? 갑자기 거울이 보고 싶었다.


이 풍경의 귀퉁이에 내가 있었다는 게 아직도 못내 황홀하다


햇살에 넉넉히 말린 것 같은 따뜻한 침구 냄새,  좋은 습식 사우나에서 나는 그런 냄새. 

오감 중 코가 가장 예민한 나는 뭐든 처음을 냄새로 판단하는데, 방비엥에서 최고로 좋은 리버사이드 호텔의 방에 대한 감흥은 그랬다.  이 나라에도 다우니처럼 국민세제가 있겠지?  이 냄샌 아마 그 냄새일거야.



창문을 활짝 여니 울창한 열대림과 고즈넉한 테라스가 보였다.  꼭 영화에서 나올 법한 뷰가 펼쳐졌다.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초록들, 울창하고 길고 큰 이파리,  침대까지 길게 들어오는 햇살, 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커튼과 반짝거리는 나무들. 가볍게 날아오르는 이름모를 새들. 침대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뱃속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행복인 것 같다.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언니가 아이유 노래를 틀었다.  

꼭 영화의 어떤 신에서 나오는 음악인 것처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이런 평온이 얼마만인지 헤아려보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쉬는 게 이렇게 좋은 거라니까.   



리버사이드 부티크 호텔 수영장

한참을 에어컨 속에서 뒹굴대며 더위를 가라앉히고, 평온도 조금은 지루해지니 정원에 에메랄드빛으로 반짝거리던 수영장이 눈에 밟혔다.



이름이 수영인데 수영을 못 하는 나와 다르게 언니는 물놀이에 자신이 있었다.

물가에서 햇빛 받는 걸 더 좋아하는 나와 물 자체를 좋아하는 언니는 꽤 좋은 페어였다.  나는 들고온 물건들을 지키고 인생샷을 찍어주며 열심히 햇빛을 즐길 수 있었고, 언니는 마음 놓고 물 속을 유영할 수 있어서.


오아시스처럼 숨겨져 있던 리버사이드의 에메랄드 수영장


날씨가 더웠는데도 물은 제법 시원했다.

우리 옆 선베드에는 미국에서 온 노부부가 누워있었는데, 음악을 틀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예스! 하며 케이팝이냐고 되물었다.  자기들은 케이팝을 정말 좋아한다나.  이국에서 잠시 반가운 마음이 들어 두유 노 싸이를 할 뻔했으나 잘 참고 아니야 재즈 들으려고, 로 담백하게 대화를 끝냈다. 



나른한 음악을 들으며 아홉수에 관한 글을 썼다.  

몸이 구워지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습한 나라라 그런지 구워지는 게 아니라 삶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귀찮음을 이유로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얼굴과 다리가 착실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더워지면 물에 들어가 배영을 했다.  

잘먹고 잘 찌워둔 뱃살 덕에 다른 영법은 몰라도 배영만큼은 늘 성공적이었다. 동그랗고 짧은 내가 물에 둥둥 떠있을 걸 생각하니 스스로가 웃겼다. 보노보노 같겠지.


얼음잔에 맥주는 인생의 진리


목이 마르면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 얼음컵에 방금 딴 맥주의 탄산감이 더해졌다. 힘들었던 아홉수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자꾸만 기분이 알딸딸하고 좋아졌다.  나른하고, 시원하고, 알딸딸하다가 또 평온해졌다. 



해가 지는 시간까지 물가의 선 베드에서 별 말이 필요없이 우리는 있었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과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는 해를 보며 나는 글을 쓰고 언니는 그림을 그렸다.

언제 채워졌는지 모를 옆 선베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헤가 지는 쪽으로 일제히 헤엄치더니 일렬로 팔을 걸쳤다.  석양의 마법으로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오피스 책상 앞에서 분명 나는 이 시간을 자주 꺼내보며 연료로 삼겠지.



해는 지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너무나 귀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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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부티크 리조트 스파 


지인 가라사대, '동남아 가면 1일 1 마사지 꼭 해라. 꼭. '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마사지 경험이 없는 나는,  마사지 천국에 온 김에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아보고 싶었다.

거리의 수많은 마사지샵들도 좋겠지만, 호텔 스파야말로 휴양의 정점이 아닐까?

라오스는 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고로, 내 로망이었던 모든 호텔 휴양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로망 중 하나였던 방갈로. 이렇게 호강을 합니다. 셀프로.



별도로 마련된 방갈로로 가는 길은 미로처럼 건물 사이사이로 나 있어서 꼭 프라이빗한 개인 별장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방갈로라는 단어가 너무나 휴양스러워서 조금은 촌스럽게 설레기 시작했다.


해가 지는 것이 고스란히 보이는 방갈로 한 편에서 족욕으로 시작한 스파는 기분좋은 아로마와 적당한 온도로 본격적이 되었다. 조용하게 음악이 깔리고, 적당한 압으로 상체 전체를 마사지하는 동안 근육의 긴장이 모두 풀려 꼭 죽으면 이렇게 축 늘어지려나 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쓸데없고 재미있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가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천천히 졸렸다.

최근의 일상에서 잠은 주로 갑자기 찾아오거나 피곤에 절어 급하게 맞이하는 종류였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그라데이션처럼 진해지기 시작하는 이 졸음이 반가워 그리운 느낌마저 들었다. 


조금 졸았던 것 같다. 부드러운 손길의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마무리하는동안 의식이 방갈로로 돌아왔다. 

향이 좋은 차 한잔을 마시며 스파를 끝내고 나오는 길은 여전히 조금 몽롱했다.  




나무에 풍등이 켜졌다.  정원을 지나쳐 방으로 돌아가는 동안 오늘 하루를 아껴 담았다.

있는 그대로의 하루를 온전히 다 좋아한 것이 오랜만인 듯 하다.  




EDITOR 

강숑


'여행이니까 하기 싫은 건 안 할래' 라는 여행 철학을 고수.

바르셀로나에 가서도 가우디를 보지 않고 온 것으로 악명높다. 

졸리면 낮잠 자고, 마음에 드는 동네 펍들을 전전하는 충동적, 즉흥적 마이웨이 여행자.
현지화 패치의 아이콘.  거리에 나가면 열에 아홉은 현지인이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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