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제주도여행, 제주도호텔, 제주도숙소, 성산호텔, 오조리 비앤비
성산일출봉 근처 숙소를 선정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성산일출봉이 보일 것, 둘째는 리조트나 호텔이 주는 대중적인 느낌에서 벗어날 것. 성산일출봉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숙소들은 많았지만 내가 원하는 두 번째 조건에 부합하는 숙소는 쉽사리 찾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만한 공간을 찾던 도중 마침내 합리적인 가격에 나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킬만한 공간을 어렵게 어렵게 찾아내게 되었다.
성산 근처에 묵을 만한 숙소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중 한 개의 숙소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숙소가 비등비등한 컨셉이었고, 제주도 특히 성산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줄 만한 공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내가 <오조리 비앤비>를 처음 발견했을 때 주저 없이 '이곳이야!'라고 외칠 수 있었던 이유는 편안함과 안락함, 위치적 특성만을 강조하는 평범한 숙소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조리 비앤비>는 인스타와 페이스북을 즐겨하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라면 환호할만한 그만의 특별한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리뷰로만 보던 이 곳에 실제로 방문했을 때 나는 큰 만족감을 느꼈다. 내가 생각하던 멋진 숙소의 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넓고 잘 손질된 마당(아무리 마당이 넓어도 가꾸지 않으면 마당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건물 외부에서부터 복도, 그리고 객실 입구까지 통일감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조명, 어느 지점에서 찍어도 인스타에 맘껏 뽐낼 수 있는 인생샷이 나올만한 감성적인 분위기. 아직 소녀감성을 포기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정말 충분한 곳이었다.
마당을 따라 객실로 이어지는 복도가 좁고 낮았지만, 위에 비추는 조명이 너무 세련되게 떨어져 유럽풍 성벽을 따라 걷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레드카펫에 입장하는 느낌이랄까. 조심스럽게 복도를 지나 객실로 오르는 계단까지도 마찬가지로 은은한 조명이 나의 발길을 비춰주었다.
우리가 묵은 객실은 205호. 객실마다 컨셉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가지 모든 객실의 공통점은 숙소에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좋은 뷰의 객실을 배정받기 위해 일찍 갈 필요가 없었다. 또한 객실 비용에 조식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선택 장애가 있는 경우 조식에 대한 고민을 덜 할 수 있다.
객실 문을 열고 깜짝 놀란 이유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객실이 훨씬 더 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날 방문했던 <더포그레이스 호텔엔리조트>는 기대했던 것보다 넓어 기분이 좋았지만, 반대로 <오조리 비앤비>는 우리가 리뷰를 통해 보았던 것보다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객실이 강조하는 컨셉이 무엇인지 곧바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객실에 작은 식탁이나 의자도 없었다. 오로지 옷걸이와 거울, 그리고 침대만이 있을 뿐. 그리고 역시나 눈에 확 들어오는 흔하지 않은 조명. 이쯤 되면 오조리가 추구하는 컨셉이 ’simple’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요즘 떠오르는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느낌. 아쉬운 점은 우리는 해야 할 업무들이 있어서 노트북을 펼치고 약간의 작업을 해야 했는데 앉을 곳이 없어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쉼’을 추구하는 여행이라면 깊은 산속 성산일출봉이 창밖 너머로 아른아른 비치는 이 곳에 묵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본인은 화장실에서 거울 크기와 조명, 그리고 거치대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객실에 큰 거울이 없는 경우에는 화장실 조명에 의지해 화장을 해야 하는 여자의 입장에서 화장실 조명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화장실은 깨끗하고 쾌적했으며, 거치대도 있어 메이크업에 필요한 제품들을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거울이나 조명 등도 까다로운 나의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다음날 아침,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뜬 우리는 창밖 경치를 보며 감탄사를 날렸다. 전날 밤은 너무 날씨가 좋지 않아 창밖으로 아무런 경치도 확인할 수 없었는데, 날씨가 맑게 게여 창밖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창 아래에서는 갈대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고, 그 너머로 멀리서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장관이었다. 이쯤 되면 객실에 식탁이 있던 없던, 그래서 밤새 쭈그리고 작업해야만 했던 우리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조식 시간은 8시 반부터 9시. 늦지 않게 1층 카페로 내려가 조식을 먹기 위해 앉았다. 오조리 비앤비의 느낌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통일된 컨셉의 카페. 역시나 독특한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객실보다는 밝은 느낌이었지만 안락함과 편안함을 자아내고 있는 듯했다.
조식은 2인의 경우 죽 정식과 샐러드 정식이 나오는데, 오늘의 죽으로는 호박죽이 나왔고 오늘의 샐러드로는 빵과 소시지, 그리고 양상추가 나왔다. 이렇게 두 가지 컨셉의 음식을 음미할 수 있다니 다른 곳의 조식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에 신기함을 느꼈다. 함께 나온 생과일 키위주스는 정말 건강함을 그대로 담아낸 맛이었고, 그 시큼함에 남아있던 아침잠 마저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보는 마당은 저녁이 주는 느낌과 또 달랐다. 모던하면서 독특함을 안겨주는 가구들을 보며 <오조리 비앤비>가 주는 전반적인 분위기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당 곳곳에는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의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지금의 날씨보다 좀 더 쌀쌀함이 가시면 마당에서 충분히 운치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있었다. 아직 3월의 날씨는 마당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너무 추웠다.
오조리 비앤비 최저가로 예약하기
오조리 비앤비 예약은 호텔 가격비교 서비스인 올스테이라는 어플을 통해서 완료하였다. 호텔스닷컴이나 익스피디아 등의 유명 여행사들의 가격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고 호텔,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등을 종류 별로 구분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운 예약이 가능하였다.
오조리 비앤비 총평
오조리 비앤비는 미니멀라이즈, 심플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공간이다. 가족단위로 방문했다가는 이 좁은 공간을 보고 놀랄 수 있다. 가족단위의 방문을 원한다면 어제 묵었던 곳 <더포그레이스 호텔엔리조트>를 추천하는 바이다. 조금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좋은 풍경, 멋진 공간에서 자고 싶다면 한 번쯤 들려볼 만한 곳.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오조리 비앤비 숙소 이용 TIP>
1. 숙소 체크인 시간은 3시 30분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방문하게 돼도 절대 입장이 불가하다. 시간에 맞춰 방문하도록 하자.
2. 도로에서 조금 깊숙이 들어간 공간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다. 제주도에서 렌트할 계획이 없으면 방문하기에 어려워 보이므로 렌트를 꼭 할 것!
글/사진 - 객원작가 이은지 (komub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