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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나 백화점에서 사마시던 와인은 보통 칠레, 스페인, 프랑스에서 온 것이었다. 어디서 1-2만원 대 저렴한 와인은 오히려 칠레산이 맛있다고 하여 이름도 모르는 와인을 원산지만 보고 산 적도 있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에서도 역사가 오래되었고, 고급스럽고, 맛있는 와인을 만들고 있는 와이너리가 많이 있다는 것. 유니버셜 스튜디오, 온천, 쇼핑 등 뻔한 일본 여행 말고 와이너리 투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 일본과 와인에 대한 깊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도쿄 근교라 할 수 있는 야마나시는 일본에서도 포도가 유명한 곳이자 일본 와인의 발상지이다. 1870년대 초 고후 시내에서 일본 최초로 고슈 종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현재 야마나시 현에는 8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고, 일본 와인 중에서도 야마나시에서 주조된 와인이 생산량뿐만 아니라 맛까지 최고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는 '사도야'이다.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기름집이 양주점으로 바뀌면서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양조해오고 있는 곳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빈티지와인과 50년 넘게 숙성한 브랜디를 시음할 수도 있다. 견학을 통해서는 일본 와인의 역사 그 자체인 사도야의 역사와 와인 양조 과정을 들을 수 있다.
18세기 말에 만들어진 오사카의 와이너리이다. 1920년대에는 오사카가 일본에서 최대로 넓은 포도 재배 면적을 가지고 있을 만큼 오사카는 일찍이 포도 재배가 활발했던 곳이다. 카타시모 와이너리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레드, 화이트, 로제 세 종류의 와인을 만들어 오고 있다. 와인은 포도로 만드는 거라지만 카타시모 와이너리의 와인은 포도의 향기로움이 더 잘 담겨 있다. 카타시모 와인은 '카리와라 와인'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와인을 좀 마셔본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와인이다. 공장 견학은 예약이 필요하고, 1월과 2월에는 아쉽게도 공장 견학이 없다고 하니 따뜻해질 때쯤 찾아보길 추천한다.
지금은 와이너리가 아니라 위스키를 만들고 있지만 1930년대 설립했을 때는 사과 주스와 사과 와인을 선보였었다. 194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위스키 주조에 힘쓰고 있다. 창업자 타케츠루 마사타카는 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 유학에서 배운 대로 위스키를 만들었다. 증류소를 요이치에 둔 것도 스코틀랜드의 기후와 가장 비슷한 지역이 요이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닛카 위스키는 '석탄 직화 증류'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 방식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위스키 공장을 견학하고 무료 시음도 할 수 있으며, 위스키 박물관과 타케츠루와 부인 리타 씨가 살았던 저택도 둘러볼 수 있다.
삿포로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삿포로 후지노 와이너리. 손으로 일일이 딴 포도를 여과하지 않고 양조하여 과즙이 그대로 느껴지는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포도 재배와 양조는 자매가 하고 있는데, '농약을 가급적 쓰지 않고 포도를 재배해서 몸에 좋은 와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던 죽은 남동생을 생각하며 와이너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재배하는 포도의 양은 적지만 동생의 말처럼 첨가물도 거의 넣지 않고 과정마다 정성을 다하기 때문에 맛이 뛰어나다.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 '뷔뉴'에서는 이 와이너리의 와인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도쿄에서 꽤 떨어진(100km 정도) 닛코 도치기 현에 위치한 코코팜 와이너리는 주변에 특별한 명소도 없지만 연중 방문객들이 붐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포도밭에 있다. 포도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일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급경사에 포도밭을 만들었고, 또 그로 인해 사람의 손으로만 포도를 딸 수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로 코코팜 와이너리가 유명해졌다. 포도의 당도가 와인의 도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당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코코팜 와이너리의 와인 맛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포도를 재배할 때도 화학 비료나 제초제를 쓰지 않고 효모도 지역의 야생효모를 사용하고 있다.
코코팜 와이너리가 지역과 공존하는 방식은 와이너리의 전신인 '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원래는 지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였는데, 학생들이 졸업하고도 일을 하지 못하자 포도 재배를 시켰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포도의 맛보단 보기에 예쁜 포도만 인기를 끌게 되자 포도의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름에는 샴페인을 마시고, 가을에는 포도를 수확해보다거나 오크통에서 바로 꺼낸 생(生)와인을 마셔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또 포도 카스테라, 포도 과자 등이 있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아이들과 방문해도 좋아서 실제로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다. 재배 방법과 맛도 감탄이 나올 뿐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찾고 싶은 코코팜 와이너리이다.
이밖에도 일본에는 소개하지 못한 와이너리가 많다. 특히 일본 와인의 발상지인 야마나시 현과 삿포로에는 또 다른 유명하고 품질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가 많으니 근처를 여행할 일이 있으면 와이너리에도 들러봄이 좋겠다. 와인을 잘 몰라도, 일본을 잘 몰라도 와인 한 잔으로 일본 여행의 향미가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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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공 : 객원작가 송지수(songjs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