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20180128
대화는 미식축구 같아야 한다.
부딪히고, 소리치고, 악도 쓰고, 다리도 걸고, 날려버리기도 해야 한다.
나는 그 사실을 30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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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Yes맨'이었다.Yes맨이 좋은 줄 알고 20여 년을 살았다.
오고 가며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던 게 자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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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는 Yes맨이 아니라,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 번도 내 생각, 감정, 의견을 제대로 표현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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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정답을 발표하는 게 편했고,
토론보다는 무작정 들어주거나 얘기하는 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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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말로써 표현하지 못 하고,
표정과 액션으로 표출시키는 법 밖에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금방 얼굴에 감정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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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의견이 달라서 부딪히는 것이 싫어서
아예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 했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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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내게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은 여자친구다.
아마 여자친구가 없었으면 지금도 나는 대화를 피하기 급급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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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이 글이 나와 같은 또 다른 Yes맨들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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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딱 2가지 행동으로 나를 자연스럽게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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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잘 들어줬다'
내가 말하는 것을 평가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들어줬다.
틀렸다고 하기보다는 다르다고 말해줬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입을 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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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잘 말해줬다'
여자친구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줬다.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전에 글과 말로써 표현해줬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여자친구를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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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는 변해갔다.
대화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토론이 얼마나 신나는지 알게 됐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면서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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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완벽한 건 아니다.
6년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나는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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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쓰신 강원국 교수님은
다른 사람의 것을 읽고, 듣는 것만 하다 보면 '나'는 사라지게 되고,
점점 진짜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지면서 '나'를 잃게 된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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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차가운 발표의 장이 아니라,
뜨거운 미식축구 경기장과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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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수많은 Yes맨들이 있다.
그들이 얼마나 평화로운 대화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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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화와 논쟁을 피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그건 열정이 식어버린 텅 빈 운동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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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식축구처럼 대화를 하자.
더 부딪히고, 소리치고, 악도 쓰고, 다리도 걸고, 날려버리기도 하자.
내가 30년 만에 깨달은 것을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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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만약 당신이 대화를 즐긴다면, 잘 들어주고, 잘 말해주자.
Yes맨이 바뀌기 위해서는 '잘 들어주고', '잘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