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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레이 Jan 29. 2018

대화는 미식축구 같아야 한다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20180128 
대화는 미식축구 같아야 한다. 
부딪히고, 소리치고, 악도 쓰고, 다리도 걸고, 날려버리기도 해야 한다. 
나는 그 사실을 30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오랫동안 나는 'Yes맨'이었다.Yes맨이 좋은 줄 알고 20여 년을 살았다. 
오고 가며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던 게 자랑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는 Yes맨이 아니라,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 번도 내 생각, 감정, 의견을 제대로 표현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정답을 발표하는 게 편했고, 
토론보다는 무작정 들어주거나 얘기하는 게 편했다. 


감정을 말로써 표현하지 못 하고, 
표정과 액션으로 표출시키는 법 밖에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금방 얼굴에 감정이 드러난다) 


조금만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의견이 달라서 부딪히는 것이 싫어서 
아예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 했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게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은 여자친구다. 
아마 여자친구가 없었으면 지금도 나는 대화를 피하기 급급했을거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이 나와 같은 또 다른 Yes맨들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문이 되길 바란다. 



여자친구는 딱 2가지 행동으로 나를 자연스럽게 바꿔 놓았다. 


첫째로 '잘 들어줬다' 
내가 말하는 것을 평가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들어줬다. 
틀렸다고 하기보다는 다르다고 말해줬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입을 떼게 됐다. 


둘째로 '잘 말해줬다' 
여자친구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줬다.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전에 글과 말로써 표현해줬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여자친구를 이해하게 됐다.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는 변해갔다. 
대화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토론이 얼마나 신나는지 알게 됐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면서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완벽한 건 아니다. 
6년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나는 배워가고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쓰신 강원국 교수님은 
다른 사람의 것을 읽고, 듣는 것만 하다 보면 '나'는 사라지게 되고, 
점점 진짜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지면서 '나'를 잃게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차가운 발표의 장이 아니라, 
뜨거운 미식축구 경기장과 같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Yes맨들이 있다. 
그들이 얼마나 평화로운 대화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대화와 논쟁을 피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그건 열정이 식어버린 텅 빈 운동장이다. 


이제 미식축구처럼 대화를 하자. 
더 부딪히고, 소리치고, 악도 쓰고, 다리도 걸고, 날려버리기도 하자. 
내가 30년 만에 깨달은 것을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알았으면 좋겠다. 




*추신 : 만약 당신이 대화를 즐긴다면, 잘 들어주고, 잘 말해주자. 
Yes맨이 바뀌기 위해서는 '잘 들어주고', '잘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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