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20180129
평소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 이웃 중에 A와 B라는 사람이 있다.
오늘 오랜만에 두 블로거의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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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두 사람과 이웃이 된 건 2016년쯤이었다.
서로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지만, A의 글이 기술적으로나 느낌적으로나 월등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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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A의 글은 아주 드물게 업로드되었다.
영화, 여행, 책 리뷰는 처음 본 그때부터 쓰였다, 안 쓰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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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B의 글은 매일 집요하게 업로드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엉망진창이었는데, 어딜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보았는지 리뷰가 매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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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랜만에 두 사람의 글을 읽는데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B의 글이 너무도 좋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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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도자기를 만들던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만든 도자기는 시간이 지났을 때 '청자'가 되어 있었고,
어떤 사람이 만든 도자기는 만지면 으스러져버리는 '싸구려 도자기'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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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료로 만든 것인데 어떤 것은 아름다운 '청자'가 되고,
어떤 것은 대충 막 만들어 놓은 '싸구려 도자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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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두 사람의 차이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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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은 저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다.
똑같은 사람이 만든 도자기 사이에 차이가 생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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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이 이야기가 '기술'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뛰어난 기술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도자기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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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청자와 싸구려 도자기를 가른 것은,
'누가' 빚느냐가 아니라, '언제' 빚느냐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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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훌륭한 석공이 좋은 점토로 도자기를 빚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물기가 사라져 '싸구려'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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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영화, 책, 강연을 듣고, 여행을 다녀왔어도,
기록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딱딱한 돌처럼 굳어버려 생명을 잃는다.
그 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싸구려 도자기를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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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설프더라도, 일단 바로바로 빚어내면
어설프더라도 쓸 수 있는 도자기가 될 수 있다.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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뱉어내지 않은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린 '싸구려 도자기'가 되고,
어설프게라도 바로바로 쌓아 놓은 것은 '도자기'가 된다
언젠가 청자가 될지도 모르는 도자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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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설프더라도 일단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표현하자.
혹시 아나, 그 속에 청자가 될 도자기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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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노래 #Nowornever #Halsey
"Don't take no more time up(더 이상 뜸 들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