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이야기
#20180217
6년 차 커플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묻는 게 비슷하다.
'아직도 좋아? 아직도 설레? 안 싸워?'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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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네 번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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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처럼 사랑해라 = 아끼다 똥 된다"
간혹 혈액형이나 출생 지역을 이야기하면서, 혹은 나는 원래 그런 거 못 한다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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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끼다 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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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막 1개월'이 지났을 때, 여자친구는 1년 동안 외국 유학을 떠나게 됐다.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어서 충격은 없었지만,
여자친구는 출국 전날까지도 '가지 말까?'라고 말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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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날 아침, 여자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갔다.
2시간, 1시간,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입국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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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끝까지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오랫동안 못 만나는 게 슬펐지만, 걱정하며 눈물 흘리는 여자친구 앞에서 의연하고 싶었다.
"어차피 다시 볼 건데 뭘 그래, 얼른 들어가 비행기 놓칠라"라고 담담히 이야기하며 여자친구 등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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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를 받는 동안에도 자동문이 열리면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여자친구를 보면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의연하게 웃으면서 가라고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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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렇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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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벌써 어둑해졌고, 나는 서둘러 리무진버스를 탔다.
맨 뒤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보면서 가는데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하는 게 보였다.
'저기에 여자친구가 타 있으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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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세상 나라 잃은 것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지.
왜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그렇게 매정하게 대했는지.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해주고,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멍청해 너무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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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남자라면 ~ 해야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헛소리인지 알았다.
떠나고 나면 그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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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지금 까지 여자친구가 그만 좀 하라고 할 만큼 표현한다.
상남자는 표현을 안 한다고? 자상한 남자만 표현을 많이 한다고?
이건 다 정신 나간 소리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던지 표현해야 한다.
떠나고 나면 그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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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 같아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지금 당장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날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내가 있는 아파트가 무너질 수도 있고, 쇼크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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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당신은 마음을 표현하는 걸 아끼고, 뒤로 미루고 있나?
아낀다고 더 빛나는 것도 아니고, 뒤로 미룬다고 더 귀해지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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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표현을 많이 해서 그 가치가 덜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다.
이런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 두 가지 중 하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했던 적이 많거나'
'둘째, 말로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행동은 그렇지 않았던 적이 많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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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은 표현을 많이 해서 당신에게 질린 게 아니다.
진심을 담지 않은 ctrl+c, ctrl+v를 하는 당신에게 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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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은 표현을 많이 해서 당신에게 실망한 게 아니다.
말만 하지, 행동으로는 사랑을 보여준 적이 없는 당신에게 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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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은 한다고 닳지도, 가치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표현하면 할수록 상대방과의 관계는 좋아지고, 사랑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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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예쁘다고 말해주면 말해줄수록, 당신의 연인은 아름다워질 것이고.
당신이 멋지다고 말해주면 말해줄수록, 당신의 연인은 멋있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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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듣고 폼 잡지 말고, 표현해라
아끼다 똥 된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