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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레이 Mar 03. 2018

'방수커버와 설거지'

예순두 번째 이야기

0180303 
아침에 '잠깐만, 5분만...'하며 미루다 30-40분을 날리고 '후회'했다. 
미뤄서 제대로 일어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바로바로 번쩍 일어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이처럼 눈앞의 이익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을 미루다 보면 
언젠가는 더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 일을 해야 할 순간이 온다. 
아침 기상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군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은폐'라는 개념이다. 
은폐는 적에게 관측되지 않도록,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인원이나 장비, 시설 따위를 숨기는 일을 뜻한다. 

나는 2년간 탄약고(탄약, 미사일을 보관하는 부대)에서 생활했는데, 
중요한 무기는 흙과 풀로 덮인 창고에 숨겨 보관했다. 
무기를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적에게도 위치를 알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흙과 풀로 덮인 이 창고는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쉽게 일어났다. 
혹시라도 산사태로 입구가 막히면 비상시에 무기를 내보낼 수 없었기에 
병사들의 주된 임무는 비가 오면, 바로 뛰어나가서 '방수커버'를 씌워 산사태를 막는 것이었다. 


하루는 비가 오는데도 '괜찮을 거야, 나중에 많이 오면 하자'라고 하다가 
산사태가 나서 날을 새고 삽질하고, 단체로 얼차려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거 잠깐 더 누워서 쉬겠다고 미루다가, 큰 피해를 입은 거다. 



설거지도 비슷하다. 
밥 먹고 바로 하면 금방 하지만, 조금만 쉬다 해야지 하는 순간! 
쌓여진 접시는 만리장성보다 높아져 넘기 힘든 산처럼 변한다. 

하지만 먹는 즉시 물로 헹궈두거나, 설거지를 하면 
귀찮긴 하지만 가벼운 뒷산 넘든 가볍게 해낼 수 있다. 



혹시 지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언젠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 
혹시 잠깐의 편안함(행복)을 쫓으면서 뒤로 미루고만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방수커버와 설거지를 떠올리자. 
미루면 미룰수록 지금은 편하겠지만, 언젠가 2-3배로 힘들게 처리해야만 한다. 


그것이 운동이든 공부든 '어차피 해야만 하는 거라면 '지금' 하자'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고, 미뤄서 좋은 일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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