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첫 글을 2년이나 지난 후에 발행하고 보니 내가 창업을 한 지도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간 듯하고, 퇴사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직장생활의 기억은 아득히 먼 과거가 된 듯 거리감이 느껴진다.
창업 후 1년 9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지금 잘 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 한 사업부를 이끄는 임원의 자리에 까지 올랐었기에 사업을 하게 되더라도 어떤 막연한 자신감 같은 것이 있었다. 최초 나를 포함한 7명의 인원으로 신규사업을 시작해서 10년 만에 100명이 훌쩍 넘는 사업부로 성장시켰던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창업 후 채 3개월이 되기도 전에 나의 이런 자신감은 바람 빠진 풍선마냥 쪼그라들었다. 막상 창업을 해보니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은 기업 운영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호기롭게 "사업을 빨리 키울 거니까 사업자는 법인으로 내야지!"라고 큰소리를 쳤으나 법인설립과 사업자등록이 다른 개념인 것도 몰랐고, 회계 처리와 각종 세금 신고와 납부, 각종 기업 인증들에 이르기까지 난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뭐 하나 그냥 쉽게 되는 것이 없었고 새로운 이슈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전 직장 경영지원실에서 하는 일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들에게 쓴소리, 잔소리를 했던 것에 대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이 일을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는 것이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온갖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하나의 이슈가 생겨날 때마다 부리나케 서점을 찾아 관련 서적을 대여섯 권씩 사들고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사업하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문의도 하곤 했었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질문에 대한 솔루션이 각각 다른 경우가 많았기에 인터넷 서칭과 책을 더 신뢰하곤 했었다.
다행히도 창업 후 전 직장 부하직원이었던 팀장 둘과 과장이었던 친구들이 합류하게 되어 사업 초기부터 약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난 사업 세팅과 운영 시스템 구축 등에 더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이슈들과 부딪히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한 해가 끝나가고 있었고, 회사는 나를 포함해서 8명 규모로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두 번째 해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벌써 10월이다. 10월은 일반적인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달이다. 전 직장에서는 10월부터 시작해서 1차 컨펌, 2차 컨펌, 3차 컨펌 이후 전사 사업계획 발표를 끝으로 고단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었다. 소기업을 운영 중인 지금도 나는 사업계획을 세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계획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지만, 간략하게라도 계획을 세우고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소기업이더라도 한 해의 방향성과 매출/손익 목표, 핵심 전술/전략 몇 가지 정도는 세우고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 다닐 때나 사업을 하는 지금이나 10월은 꽤나 머리가 복잡해지는 달이다.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나 사업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면 나는 책을 사보곤 한다. 요즘 책장에 책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무식한 나를 채워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하기에.
혹시, 퇴사 후 창업을 생각 중인 분들이라면 적어도 창업 후 1년간의 사업계획과 액션플랜 정도는 세워두고 퇴사하시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