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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 A씨 Mar 16. 2022

독거 청년이 코로나에 걸리면?

뭘 걸리면이야, 아파 많이.

오랜만에 방문한 부모님 집에서 퍼질러 자던 일요일 아침, 목이 칼칼해 눈을 떴다. '어, 왜 목이 따갑지?' 

갸웃 하며 몸을 일으킨 순간 이번에는 두통이 머리를 찔렀다. 두통과 인후통. 아아, 그것은 말로만 듣던 오미크론의 대표 증상이었다. 하루 확진자가 30만도 넘으니 나도 걸렸겠다 싶으면서도 그주 내내 이례적으로 회사, 집, 회사, 집만 반복했기에 '진짜 걸렸나?' 싶었다. 일단 부모님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집으로 귀가. 이후 인후통 약을 먹고 자보고 다음날도 차도가 없으면 병원에 가겠다 하고 일찍 잤다. 그런데 웬걸, 월요일 되니 목이 찢어질 듯 아픈 것 아닌가! 아 이건 오미크론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병원으로 달려갔다. 무려 9시도 되기 전에. 


신속항원검사에서만 확진이 떠도 PCR을 추가로 받지 않아도 되는 걸로 정책이 바뀐 첫날인 월요일이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9시도 전에 병원이 계단까지 줄을 다 서있었다. 이건 무슨 허준의 '줄을 서시오'인가. 병원은 난장판이었다. 역병은 역병일세. 


환자 1 : 저.. 얼마나 기다려야..

간호사 : 저도 궁금하네요 ㅎ. 


환자 2 : 전 감긴데..

간호사 : 여기 다 감기지 뭐!!!


환자 3 : 오래 걸려요?

간호사 : 여기 안 보이세요?! 환자들 다 기다리고 있는 거?  


간호사 : OOO님, ***님, ###님!!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의사 (저 안쪽에서) : %%%님!!! 

+쉴새없이 병원으로 울리는 전화벨. 그러나 절대 못받아...


무튼 한 40분 정도 기다려서 코와 목을 쑤셨다. 그리고 나는 내 이름이 적힌 키트의 선명한 두 줄을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확진의 순간이었다. 하 니발... 병원에서는 처방전을 휘휘 주더니, 나를 빨리 집으로 가라고 등떠밀었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며 집으로 터덜터덜 왔다. 

그런데 이 약이라고 하면 할 말이 많은 게, 처음에 병원에서 준 약은 3일치, 덜렁 해열진통제 한 알이었다. 덱시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 한 알. 야, 이건 나 생리통 때 먹는 그 진통제라고. 


주위 선배 코로나 확진자들께 물어보니 절대 저 약으론 안 되고 약국에 가서 약을 몽땅 사든지, 원격진료를 받든지, 전화로 코로나 진료 받고 약국에서 (보호자가) 타오든지 하라고 했다. 


1. 약국에 가서 약을 사오는 것은 이미 집에 갇힌 내가 다시 약국으로 나가야되는 건데 그래도 되나? 싶어서 킬. 2.원격진료는 집으로 약이 배달도 되긴 하는데 요샌 그마저도 잘 안 된다고들 해서 킬. 3번은? 아, 보호자가 없다고! 궁시렁 궁시렁 대다가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피붙이가 생각났다. '오빠, 나 약 좀 타다 줘'. 이렇게 친오라비를 섭외하고,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병원은 전화가 안 돼 그 옆 병원에 전화를 해서 "의사 양반, 저 좀 죽겠으니 약 좀 주쇼.." 구걸을 해 약을 받았다. 친절한 의사선생님께서 목이 많이 아프신 거 같으니 가글을 하라고 가글까지 친히 처방해주셨다. 그렇게 친오라비 찬스를 써서 병원 처방약을 탔다. 아니 근데 정말 보호자 없는 독거인들은 다 어떻게 하라는 거야. 


다음은 마켓컬리에서 장 보기. 7일간 먹을 식량을 이것저것 아무 생각 없이 담고 보니 웬 박스 3개가 집으로 왔다. 컬리 배송 잘 안 시켜봐서 몰랐는데, 왜 밤 12시에 배송해줘요...? 다음날 갖다줘도 되는데.. 

무슨 생각으로 요리를 하겠다고 식재료를 샀다. 그와중에 정신 없어서 새송이만 2개 담았는데, 다 어따 쓰냐. 아니, 지금 사진 보면서 깨달았다. 시금치는 왜 샀지? 


이상 코로나 확진 1일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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