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도예 모네 1화: 나의 해방일지
오랜만에 다시 도예를 시작했다. 나에게 도예는 검은색과 같다. 생각이 많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내가 유일하게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은 도자기를 만들 때이다. 잠이 들기 전에도 이런 자유를 느껴본 적이 없다. 머릿속 생각 스위치를 누른 느낌. 생각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머릿속을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운 느낌. 상상과 생각이 헤엄치는 내 머릿속은 신기하게 아무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을 떠올린다. 도예는 이런 내게 일종의 해방과 같다.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봤을 때 염미정처럼 해방일지를 적어본 적이 있다. <생각으로부터 해방>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해방이라 쓰고는 생각의 굴레에 빠졌었다. 빼곡한 활자가 답답하게 느껴졌던 그때 다시 도예를 만났다. 흙을 만지는 순간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세상의 문이 닫히고 나 혼자가 된다. 어릴 때 그런 상상을 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추고 나만 살아 움직이는. 꿈으로도 종종 꿨던 순간. 일주일에 하루, 딱 2시간 나는 그런 곳에 산다.
2022년부터 다니기 시작한 도예 공방은 그리 크지 않지만 공간이 작아 더 매력적인 곳이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횡단보도 두 번만 건너면,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초등학교 옆 언덕을 지나면 내가 맞이할 해방이 기다리고 있다.
나의 해방을 반기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첫 번째, “하하하, 오늘 도예 가는 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으며 일어나기
두 번째, 손톱 확인하기
세 번째, 손등에 바셀린 충분히 바르기
도예를 가는 날은 기상부터가 다르다. 마음이 설렘으로 붕-떠 있어서 그런 걸까 몸도 가볍다. 그래서 실없이 웃으며 일어나게 된다. 별일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웃음이 나냐. 도예를 가기 전 꼭 손톱을 확인한다. 손톱이 너무 길면 흙을 쌓아 올릴 때 불편하다. 흙을 얇은 가래떡으로 만드는 코일을 만들어 핸드빌딩으로 쌓아 올릴 때 손톱이 길면 흙에 반달 자국이 쉽게 남는다. 손톱은 바짝 보다 살짝 위로 잘라 흰색 부분이 빼꼼 고개를 내민 듯 자르면 딱이다. 바삭거리는 피부를 가진 내게 물을 계속 만지면서 하는 도예는 손에 가뭄을 들게 한다. 선수 보호 차원으로 바셀린을 팩처럼 두껍게 발라 도예 수업을 가기 전 관리를 한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발끝을 따라 노래가 흘러나오듯 신나게 해방을 따라 걸어간다.
한 여름에 시작해 한 해를 보내고 뜨거운 여름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의 봄을 기다린다. 도예는 내게 그렇다. 뜨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설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