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선물은 참 어렵다. “당신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요”와 같이 양으로 승부하는 방법도 있고, 상대가 평소에 했던 말을 기억해 센스로 승부하는 방법도 있다. 답을 모르겠다 싶을 땐 지식이 넘쳐흐르는 곳에 “제가 이제 성인이고, 돈도 벌고 하는데 00의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질문을 남길 수도 있다. 이런 난제에 빠진 우리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미리 부모님, 친구, 애인, 동료를 위한 선물을 정리해 무료로 공유하는 친절하고 고마운 분들도 있다.
22년 8월 아빠의 생일은 나를 또 선물이라는 시험에 퐁당 빠뜨렸다. 정답도 없는데 정답을 요구하는 이 위기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단 하나였다. 바로 나의 센스를 발휘하는 것. 말이 쉽지 대체 그 센스가 뭐냐고! 평소에 아빠의 일상을 회상해 봤다. 운동, 커피, 원두, 핸드드립... 맞다! 아빠는 원두를 직접 볶아 핸드드립으로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신다. 무엇보다 나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 가격보다는 마음과 정성! 이를 종합해 내린 결론은 커피에 퐁당 빠져 헤엄칠 수 있을 정도의 큰 머그컵과 드리퍼였다.
첫 시작이 중요하다. 크기, 디자인, 실용성.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나의 선택은 이번에도 디자인과 실용성! 흙은 뜨거운 가마(불, 전기, 가스)에 들어갔다 나오면 크기가 살짝 줄어든다. 보통 2~3cm 정도. 의류를 전공하고 계속 디자인을 하고 있는 나는 1mm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다. 의류디자인을 할 때는 늘 사이즈 앞에서 소심해지고는 했는데, 이상하게 흙만 만나면 과감해진다. 사실 좋게 말해 과감이지... 그냥 크게 만든다. 1,2차 가마 소성 후 최종 사이즈에 대한 감이 없어서 그런 건가. 아직 흙과의 친밀도가 낮아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본다. 공방에서 흙을 쌓아 올리기 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다. 말이 좋아 밑그림이지, 대충 이렇게 하려구요 모양새만 갖춘 선들의 총집합일 뿐이다. 스케치도 했겠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증명해 보이는 것만 남았다.
이제 모든 것은 완-벽하다.
심호흡 한번.
흐흡-, 후-, 하-.
레디 셋 고.
머그컵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 밀대로 흙을 밀어 머그의 시작, 바닥 부분을 만든다.
2. 원하는 크기와 모양대로 잘라낸다.
3. 흙을 돌돌 만다(코일을 만든다).
4. 정성껏 쌓는다.
5. 표면을 성형한다.
6. 몸판을 완성한 후 디자인 요소를 첨가한다. (나의 경우 선을 파고, 모티브를 붙인다)
7. 손잡이를 붙인다.
8. 끝! 아니, 이제부터 드리퍼 시작
머그컵을 다 만들고, 드리퍼를 만들려고... 했으나 2시간 안에 머그컵을 다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드리퍼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드리퍼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 드리퍼의 바닥(머그와 닿는 부분)을 밀대로 밀어 만든다.
2. 이하 머그컵과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