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모네 7화

익명의 프렌드 - 2

by whatudomonet

토요일 오전 11시 오늘은 나 혼자다. 아니 혼자였다. 뒤를 이어 친구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분이 들어왔다. 나도 언젠가 친구와 한번 와야지 다짐한다. 난 항상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만 숨을 참고 삼켜내는 편이다. 그래서 그분들의 대화를 듣는데 참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옆에 앉아있지만 서로의 고민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철저히 익명성에 가려져 공방을 나서는 순간 리셋 되는 관계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역동적이면서 뜨거웠다. 난 그 순간 어떻게 하면 코일을 예쁘게 말 수 있을까, 2시간 안에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충분히 흙과의 격렬한 사투였고 시간과의 피 튀기는 전투였다. 도자기를 가운데 두고 오가는 고민들은 나에게도 계속 질문을 했다. 나는 왜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흙과의 대화를 하는지, 내가 어릴 적 그렸던 내 모습과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쩌면 흙을 만지며 안정된 마음이 긴장감을 낮추고 속에 있는 진솔한 마음을 꺼내놓게 했는지도 모른다. 4주 후 도자기를 찾으러 왔을 때 그들의 마음이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길 바란다. 나도 친구랑 함께 와서...? 아니다. 나는 그냥 시덥잖게 웃어야지.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익명도 아니고 생명체도 아니지만 사람의 숨결이 묻어있는 지극히 공방 선생님의 취향이 가득한 팝송이 나를 반긴다. 항상 익명의 프렌드가 있는 건 아니라서 보통은 팝송 프렌드와 함께 한다. 여기서 고백하는데, 나는 팝송을 잘 안 듣는다. 대학생 때 야작만 하면 팝송을 틀어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가 팝송과의 우정은 그때가 절정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공방에 다니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다행인건 도자기를 만드는 순간에는 노래 소리가 잘 안 들린다.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이 딱 꺼지는 효과가 있는데, 이런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다. 기억이란 참 무서운 게, 노동요로 들었던 그때의 팝송이 선생님의 플레이리스트에도 있었고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공방에서의 시간은 참 신기하다. 크리스마스도 11월부터 시작된다. 캐롤이라고는 엑소의 <첫눈>이 다인 나에게 각종 캐롤 팝송과 11월의 크리스마스는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그렇게 캐롤을 들으면서 한 번 도 크리스마스를 위한 도자기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선택해 들은 음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은근히 스며들었을 수도 있는데, 역시 나란 사람 중심을 잘 잡는다. 기회가 된다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오브제를 만들어 보고 싶긴 하다. 지금은 공방을 다니고 있지 않아서 익명의 프렌드들의 자리를 채워줬던 팝송을 들을 일이 없다. 그 공간을 채워줬던 음악 소리가 조금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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