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향기를 싣고
향에 예민한 내가 갑자기 인센스 홀더에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어차피 쓰지도 않을 무언가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아마도...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바로 도자기 때문이다.
뭐에 홀린 듯 머그컵만 주구장창 만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또 어떤 이끌림에 고블렛잔에 푹 빠진 적도 있었다.
항상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집념'이 과하다 못해 흘러넘친다.
"지겹지 않니?"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한 곡에 꽂히면 그 노래만 한 달이 넘게 듣고,
영화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미친 듯이 본다.
「페어런트 트랩」이라는 영화는 거짓말 안 하고 100번이 넘게 봤다.
어떻게 보면 한결같고,
어떻게 보면 지겨울 수 있는 취향을 가진 사람, 그게 바로 나다.
꽂히는 무언가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인센스 홀더였다.
인센스 홀더의 시작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방에서 머그컵을 다 만들었을 때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있었다.
10분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다른 컵이나 접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머릿속에 띵-! 하고 인센스 홀더가 떠올랐다.
그 흔한 디퓨저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쓰지도 않을 인센스 홀더라니.
제한시간 10분, 그 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시발점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4년의 아이들은 2023년 버전과는 조금 다르다.
좀 더 입체적이고 흘러 녹아내려가는 감정이 담겨있다.
애써 꾹꾹 눌러 담은 가면 속 고여있지 않고 흘러가는 진짜 모습.
마치 흰 티셔츠를 적셔가는 빗물처럼 고요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글프게.
현재 기준으로 인세스 홀더는 4형제(혹은 남매 또는 자매)이다.
사용하지도 않는 거 자리만 차지할 텐데 뭘 이렇게 많이 만들었나 싶지만
뭐든 다 사용할 때가 있다.
다 때가 있고
맞는 시기와 인연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우선 첫째를 제외하고 나머지 셋, 그러니까 삼쌍둥이 중 한 명은 유학을 갔다.
4월 26일, 저 멀리 새로운 세상을 향해 여행을 떠났다.
마침 생일이었던 친구에게 인센스 스틱과 함께 선물을 했다.
향은 내가 좋아하는 시트러스 계열이었고
(우린 서로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 선물을 한다.)
다행히 그 친구도 향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매일 릴랙스가 필요하지만
릴랙스가 필요한 날 사용하겠다며.
친구에게 선물했던 날 좀 기뻤다.
내가 만든 도자기를 가족 이외에 누군가에게 준 건 처음이었는데
"와-!" 하며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이게 바로 창작의 맛이지!
인센스를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사진이 없었고
"사용 후기 사진 좀"
거의 3주를 졸라서 기어코 사진을 얻어냈다.
역시나 역시나 사진은 별로였지만(ㅋㅋㅋ)
그걸 이미 알고 있던 친구는 "너가 알아서 보정해라"를 덧붙이며
『선물은 향기를 싣고』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니 어쩌면 내 이야기의 또 다른 시작이 된 걸지도 모른다.
최근에 다른 친구가
"근데, 너 도자기를 취미가 아닌 일로서 확신이 있어?"라고 물어왔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응!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모든 건 자신감이야!"와 함께.
언제나 늘 그렇듯 사소한 것이 모여 용기가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나도 모르게 불현듯 찾아온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어느새 믿음이 되어있다.
나에게 확신을 묻던 그 친구가 꼭 알았으면 한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인센스 홀더였을까.
향이 주는 신비로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갖지 못할 것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오늘도 난 답이 없는 무언가의 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