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 때 다시 봬요!
" "공방에 올 때마다 비가 오네요." "
"오실 때마다 비가 오네요."
초여름의 시작과 함께 2달 동안 만들었던 도자기를 들고 공방에 갔다.
이 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다.
이상하게 공방에 가는 날에만 비가 온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선생님의 말씀에
살포시 웃음으로 답했다.
왜냐면 나는 비를 무진장 좋아한다.
그리고 뭔가 도자기를 만나러 가는 날에는 꼭 '비'가 온다는 규칙이 생긴 것 같아
왠지 모르게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새로운 공방을 처음 찾았던 늦겨울, 2월에도 비가 왔고
시유를 처음 했던 그날에도 비가 왔다.
가마를 2번째 맡기러 갔던 5월에도 비가 왔고
2차 시유와 더불어 완성된 도자기를 찾으러 갔던
얼마 전에도 비가 왔다.
참 신기한 일이다.
도자기를 찾으러 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은데
마침 나를 마중 나온 비에 더 싱글벙글이었다.
그간의 도자기 작업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았다.
2024년의 시작과 함께 디자인 재정비 시간을 가졌고
오랜 연구 끝에 <little forest in my room>이라는 주제가 탄생했다.
말 그대로 내 방 안에 작은 숲.
자연 속에서 살았던,
시골 소녀에서 도시 사람이 된,
푸름에 대한 향수에서 시작됐다.
언젠가 꼭 전시를 할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작품들은 크기부터 형태까지 다양했다.
아직 초보라 하게 되는 실수로 인해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산처럼 안이 꽉 채워진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아무리 건조를 잘해도 터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 "그래도 한 달이나 건조했는데, 터질까요?" "
"아무래도 기물이 두껍다 보니까 터질 확률이 있어요."
" "안 터지길 바라야겠네요. 제발, 터지지 마라!" "
그렇게 한 달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터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잠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이 힘겹게 지나고 사진 세 장이 도착했다.
"초벌은 잘 버텼지만, 재벌에서는 아쉽게 갈라진 부분이 있네요."
다행이었다.
터지지는 않았으니까.
터져서 내 작품만 손상이 된다면 며칠 마음고생만 하면 되는데,
다른 분들 것까지 망가지면... 그땐 너무 미안할 테니까.
그리고 정말 웃긴 게,
오히려 깨지고 갈라진 게 더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작은 숲의 형태였다고 할까.
상처 입고, 조금 부서져도 그 형태는 남아있고,
감추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그 안에 꽃을 심든, 나무를 심든 해서 채우면 되니까.
오히려 좋-아-.
늘 그렇듯 집에 와서 한참을 보고 또 봤다.
" "어쩜 이렇게 귀엽지-" "
" "와- 美쳤다. 나 왜 이렇게 잘 만드냐." "
이렇게 충분한 자화자찬과 칭찬으로
스스로를 기쁘게 했다.
이 기분 이대로 가보자고!!!
가족 톡방에 사진을 올렸고,
역시나 오빠는 "별루"라는 말로 날 웃겼다.
" "안목이 없네" "
"근데 뭐임?"
나는 알았지, 너가 이렇게 관심을 보일 줄.
오빠는 항상 첫 반응은 "별루"로 시작해
나의 어쩌라고, 개의치 않아라는 뉘앙스에
별루에 반대되는 반응을 보인다.
엄마, 아빠는 읽고 답을 한참을 안 하길래
영상통화를 걸었다.
친구분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고
웃기게도 내 작품의 첫 외부인 관람객이 되어주셨다.
이렇게 나는 또 도자기를 만든다.
언젠가 작가로서 전시회를 할 수 있길 바라며.
그때까지 "파이팅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