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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Sep 30. 2019

뭐 재미있는 거 없냐?

"김 차장이 칼퇴를 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4년...

스타트업 4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너무나도 삭막하다. 하나같이 무표정이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들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PC를 켜고 무언가를 하기 시작한다. 마치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들 같다.

그리고 앉아서 이러한 생각을 할 것이다.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또는 퇴근 몇 시에 할 수 있을까? 팀장 오늘 안 왔으면 좋겠다 등등


직장 생활을 한 지 2년이 지났을 시점부터 나 또한 이러한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거울을 봤다. 몇 년 전의 에너지 넘쳤던 나는 없었다. 하루하루 재미없어하는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난 그 후로 퇴직할 때까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어제의 나랑 오늘의 나를 비교 하기 시작했다.


난 다시 예전처럼 사람다운 얼굴을 하고 싶어 졌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집에 가서 퍼져 있는 나를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라는 곳은 그냥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쿨하게 인정했다. 나의 재미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했다.

(안타깝게도 회사 안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신나고 내가 재미있어했었던 활동들을 되새겨 보았다.

가장 떠오르는 것이 춤이었다. 난 대학생활의 대부분은 춤을 추고 놀았다. 춤추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자신감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당장 대학생 때 같이 춤을 추었던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1주일에 한 번씩 춤 연습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처럼 직장인이 된 그들도 흔쾌히 수락하였다. 춤을 다시 추면서 예전 생각도 나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일주일 중 춤 연습하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직장 생활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단순히 주말만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춤추는 주말이 기다려졌다.


이렇게 춤을 다시 추게 되면서 난 생각을 더 해봤다. 난 이제 돈도 번다. 돈을 쓰면서 다른 취미나 여가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난 그러면서 과거에 내가 재미를 느꼈던 것들을 탐색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프라모델이었다. 어릴 때 누구나 학교 공작시간에 프라모델 건담을 조립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들고 나서 전시해 놓는 그 짜릿함이 있었다. 난 바로 건담 프라모델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사 모으기 시작하였다. 프라모델의 장점은 만들 때, 신경이 온통 쓰여서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롯이 키트와 나와의 시간이다. 그리고 다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은 회사 업무를 끝냈을 때랑 비교하여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듯 취미를 계속 즐기면서 퇴근 후의 삶을 가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항상 나에게 퇴근 후에 뭐하냐고 물어보는 차장님이 계셨다. 그의 눈에는 내가 어지간히 퇴근 후에 이것저것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난 그때 이미 취미를 찾는 활동에 몰두하고 있어서 번개 같은 회식은 눈치 껏 거절하고 있었다.

차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항상 피곤해하고 삶을 재미없어했다. 그리고 집에 일찍 가기 싫어서 동료들과 저녁 먹으면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셨다. 심지어 술 한잔도 못 마시는 분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40대 중년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한 차장님이 나에게 갑자기 재미있는 거 없냐고 물어보셨다.

난 기대감 없이 바로

“차장님 건담 한번 해 보실래요? 이거 시간도 잘 가고 잡생각도 사라져요.”

내가 기대감이 없었던 이유는 설마 차장님이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장님은 바로 어떻게 살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난 호기심 반으로 간단히 살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차장님은 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그 뒤로 그는 그렇게 프라모델 취미를 가진 마니아가 되어 갔다. 그 뒤로 차장님은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 점이 생겼다.

첫 번째로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예전에는 퇴근 시간만 되면 눈치를 보거나 주변 동료들에게 저녁 먹자고 제안하던 그였다. 하지만 프라모델을 하게 된 이후로 집에 가서 택배를 확인해야 된다며 귀가를 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화젯거리가 다양해졌다. 그전까지 사내 가십거리나 일 관련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취미가 생긴 이후로 본인의 관심거리에 대해 동료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아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당시 초등학교 아들이 있었던 그는 아들과 취미 생활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멋진 아빠로 거듭나고 있었다. 후에는 프라모델을 전시하던 방을 친구들에게 투어를 시켜 주기도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취미는 와이프와의 관계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러면 직장 밖에서라도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 첫걸음이 취미생활이라고 본다. 무언가에 재미와 몰입을 느끼면 이는 분명 직장생활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퇴근 후에 뭐라도 하자. 일주일에 적어도 1시간이라도 나와의 약속을 잡자.



직장생활 프로 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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