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표범 May 29. 2018

꼭 깨지면서 배워야 하는가?

직장내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 배우기 형태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상사로부터 업무를 배울 때 "나때도 다 그렇게 배웠어"  또는 "머리 깨지면서 배우는 거야"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사회생활 초년기에는 저 말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 들였고, 저렇게 성장하며 나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신입사원 일 때, 나한테 트레이닝의 일환으로 팀에서 주어진 과제는 '역량 캘린더' 란 것을 만들라는 거였다. 엑셀로 캘린더를 만들어야 했는데. 난 물론 기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나, 엑셀도 매우 못했었고, 심지어 역량이라는 단어 조차 잘 몰랐었다. 근데 갑자기 역량 캘린더를 만들라니... 정말 난감했었다. 그래도 첫 과제를 잘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난 일주일간 혼자 끙끙거리며 역량 캘린더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역량 캘린더를 모든 팀원들에게 회의실에서 공개하였다. 물론 상사들에게 나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의 캘린더가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차장님은 말을 잘 이어나가지 못하면서 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했냐고 되물으셨다. 그러면서 

"꼭 이렇게 저렇게 알려줘야 할 수 있니? 센스 있게 해봐"  


난 역량 캘린더를 만들면서 단 한 번도 중간에 역량 캘린더의 목적이나 관련 정보들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다. 또한  조직 분위기상 첫 과제이니 알아서 해봐 라는 식의 분위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결국 난 너무나 답답하여 관련하여 나의 노오력이 부족함을 시인하면서 역량 캘린더와 관련하여 간단하게 설명해 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차장님은 


"야! 머리 깨지면서 배우는 거야. 그래야지 더 성장해. 나 때도 다 그렇게 배웠어." 


이때부터 였나 보다 성장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랑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LG에 입사한 후 4년 차 때, 신입사원 티를 벗어 낼 때쯤 난 조직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평가' 라는 전혀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팀장님이 


"이 업무는 매뉴얼 대로만 하면 되는 업무야. 00차장이랑 잘 해봐." 


일단 사수도 있었고, 매뉴얼 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에 난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업무 첫 달부터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물론 팀장 이야기처럼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업무였지만, 중간중간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다양한 케이스들과 변수들이 있었고, 그 양도 엄청나게 많았었다.  

그러는 와중에 나의 사수가 갑작스러운 육아휴직을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난 신입사원 아닌 신입사원이 되어 버렸다. 몇 년간의 경험으로 당연한 듯이 난 다시 머리가 깨지기 시작하였고,  멘땅에 헤딩하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면 할수록 난 더욱 초췌해져 갔고, 말라갔다. 심지어 나중에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너무나도 심하게 뛰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는지 그 당시 실장님이 회식자리 담배를 피우시면서(역시 한국 직장인들은 회식과 담배가 아니면 대화가 안 되는 가보다)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힘드냐? 다 그렇게 하는 거다. 너 때는 한번 뜨거운 물에 푹 한번 담갔다가 나오면 된다." 
그러면 괜찮아질 거야." 


지금도 수많은 신입사원들은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제대로 된 업무 OJT 없이 실전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물론 업무를 진행하면서 일을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큰 트레이닝의 일환이지만, 아무런 가이드와 목적 없이 일을 던져주면 알아서 할 거라는 식의 문화는 바람직 못하다. 많은 기업들은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면 왜 이일을 해야 하며, 필요한 자료를 얼마든지 제공해 주고 사이사이 업무 파트너 또는 사수라는 자가 적절한 코치와 지지를 해줘야 한다. 

우리는 척하면 척하는 알파고가 아니다. 


난 머리를 깨지면서 배웠다. 하지만 너무 아팠다 

뜨거운 물에 담갔다. 하지만 너무 화상이 심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www.podbbang.com/ch/8333


매거진의 이전글 80년대생의 ‘두 번째 IMF 외환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