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동정은 싫지만, 위로는 간절한 마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공감의 마음

by 최우형

우울한 집안 사정 같은 건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과

누군가 먼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안에 뒤엉켜 있었다.

동정은 싫지만 위로는 간절했다.

-조남주, <귤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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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가슴 깊이 감추고 싶은 무언가를 품고 살아간다. 그 비밀들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너무나 큰 무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감정들 속에는 모순이 함께 뒤엉켜 있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누군가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동정은 받고 싶지 않지만, 위로는 간절히 바라는 마음.


이 모순 속에서 때로는 스스로가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다.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할까? 왜 털어놓지 못할까? 하지만 그 마음이 단순히 약해서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불편한 무게로 남을까 봐 스스로 삼키는 말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소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그냥 이런 것들을 알아줄 사람이 딱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은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면 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관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막론하고, 삶의 경험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마음속 한 편에 이런 바람을 품고 살아간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들은 동정을 원하지 않는다. 동정은 그들을 더욱 약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더욱 작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위로는 다르다. 위로는 마음의 무게를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위로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이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는 따뜻한 응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감을 갈망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때로는 삶의 힘이 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공감을 통해 위로받고, 그 위로를 통해 다시 나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그랬듯,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동정보다는 공감으로 다가가며, 무거운 짐을 나누기보다 함께 걸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공감의 마음 아닐까. 위로와 응원의 말 한마디, 혹은 아무 말 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따뜻한 존재.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마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며, 삶은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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