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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상식의 선에서, 사람을 보는 안목

by 최우형

전 직장에서 유독 저를 아껴주시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이었고, 특히 일에 대한 균형감이 남다른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상식선에서 일하면 아무 문제없어. 결국 다 돌아오게 되어 있어.”

말은 참 단순했지만, 그 말엔 묘한 신뢰와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그 선배는 필드의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보고된 숫자나 회의실 안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누가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기여했는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기억하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조직 내의 많은 IC(Individual Contributor)들의 퍼포먼스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숫자로는 다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중요한 일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이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공정한 인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 선배는 조직의 평가와 보상, 그리고 인사의 방향성에 있어 중요한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가 사람을 보는 방식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상식적으로 행동했는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가?”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타당했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짜로 일하는 사람을 알아보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직 내 신뢰도 높았고,

그의 판단에는 늘 공정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 리더 한 명이 조직에 주는 안정감은 참 큽니다.

‘누군가는 내 노력을 알고 있다’는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안전망이 되고,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근거 없는 용기가 되어줍니다.


결국 중요한 건, ‘보려는 자세’입니다


조직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대부분은

누군가는 너무 쉽게 보상받고,

누군가는 너무 쉽게 잊힐 때입니다.

그런 순간에 필요한 건, 탁월한 평가 시스템보다

사람을 보려는 노력, 그리고 상식이라는 단단한 기준입니다.

그 선배 덕분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숫자와 지표 위주의 판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을 조직답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을 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게 진짜 리더십이라는 것을…


“상식선에서 하면 괜찮아.”


지금도 가끔 그 말이 떠오릅니다.

결국 상식 위에 쌓이는 신뢰로 조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화려한 기업의 슬로건이나 거창한 사훈이 없어도,

상식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단단한 기준 하나만으로도

조직은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진짜 신뢰는,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식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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