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9. “왜 퇴사하셨어요?”. 흔하지만 불편한 질문.

by 최우형

퇴사한 지 18개월이 지난 예전 동료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요.

식당에 앉자마자, 면접 후기와 구직 이야기를 폭풍처럼 쏟아졌습니다.

“수십 번 거절당했는데, 멘탈이 나가지 않게 운동을 시작했어요. 운동 끝나면 이력서 손보고, 도서관 가서 매일 공부하고요. 그렇게 1년을….”

그 얘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을까….

얼마나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애썼을까…


가장 괴로웠던 건, 그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왜 그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왜 새로운 출발이에요?”

새로운 출발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하지만 동시에,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 좋은 회사를 왜 나왔어요?” “복지도 좋고, 워라밸도 괜찮던데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 아니었나요?”

그 질문은 마치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 사람에게 “왜 헤어졌어?”라고 묻는 것처럼 곤란합니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이별은, 차분히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왜 새로운 시작을 했었요?’라는 질문은


지금의 나를 해명하게 만듭니다.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를, 당당한 미래의 언어로 바꾸길 강요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회사도, 관계도 모두가 아름답게 이별하지는 못합니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납니다.

그 사이엔 섭섭함과 오해, 미련과 후회가 남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나 자신조차도 그 선택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한때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직이, 실업 기간이, 거절의 경험이 … 더 솔직하고, 더 유연하고,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왜 나왔냐’는 질문 앞에서 작아졌던 사람이, 지금은 ‘어디로 갈까’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19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떠나 지금의 회사로 오기까지…

그 누구에게도 제 고민을 깊이 털어놓지 못했고,

제 안에서도 그 결정을 수없이 곱씹으며 망설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그렇게…. 어떤 선택은 설명이 아니라, 용기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옵니다.


그래서 이별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회사를 떠날 땐,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시절을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마주칠 수도 있고, 그 시절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을 탓하지 않고, 감정의 찌꺼기를 흘려보내며,

더 단단한 마음으로 다음 챕터를 준비하는 것.

딱 잘라서 정답을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그게 직장에서 아름답진 않아도 건강한 이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만두셨어요?”라는 질문 앞에서


“그곳은 좋은 회사였고, 저는 거기서 많이 배웠어요.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저는 다음 챕터로 넘어갈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떠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가끔은 낯설고, 외롭고, 버거운 시간을 지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그래서 이직은, 단순한 커리어의 이동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이직이나 새로운 출발이 여전히 해명이어야 한다면, 어쩌면… 아직 덜 회복된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8.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