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지 18개월이 지난 예전 동료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요.
식당에 앉자마자, 면접 후기와 구직 이야기를 폭풍처럼 쏟아졌습니다.
“수십 번 거절당했는데, 멘탈이 나가지 않게 운동을 시작했어요. 운동 끝나면 이력서 손보고, 도서관 가서 매일 공부하고요. 그렇게 1년을….”
그 얘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을까….
얼마나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애썼을까…
가장 괴로웠던 건, 그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왜 그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왜 새로운 출발이에요?”
새로운 출발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하지만 동시에,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 좋은 회사를 왜 나왔어요?” “복지도 좋고, 워라밸도 괜찮던데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 아니었나요?”
그 질문은 마치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 사람에게 “왜 헤어졌어?”라고 묻는 것처럼 곤란합니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이별은, 차분히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왜 새로운 시작을 했었요?’라는 질문은
지금의 나를 해명하게 만듭니다.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를, 당당한 미래의 언어로 바꾸길 강요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회사도, 관계도 모두가 아름답게 이별하지는 못합니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납니다.
그 사이엔 섭섭함과 오해, 미련과 후회가 남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나 자신조차도 그 선택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한때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직이, 실업 기간이, 거절의 경험이 … 더 솔직하고, 더 유연하고,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왜 나왔냐’는 질문 앞에서 작아졌던 사람이, 지금은 ‘어디로 갈까’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19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떠나 지금의 회사로 오기까지…
그 누구에게도 제 고민을 깊이 털어놓지 못했고,
제 안에서도 그 결정을 수없이 곱씹으며 망설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그렇게…. 어떤 선택은 설명이 아니라, 용기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옵니다.
그래서 이별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회사를 떠날 땐,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시절을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마주칠 수도 있고, 그 시절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을 탓하지 않고, 감정의 찌꺼기를 흘려보내며,
더 단단한 마음으로 다음 챕터를 준비하는 것.
딱 잘라서 정답을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그게 직장에서 아름답진 않아도 건강한 이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만두셨어요?”라는 질문 앞에서
“그곳은 좋은 회사였고, 저는 거기서 많이 배웠어요.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저는 다음 챕터로 넘어갈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떠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가끔은 낯설고, 외롭고, 버거운 시간을 지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그래서 이직은, 단순한 커리어의 이동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이직이나 새로운 출발이 여전히 해명이어야 한다면, 어쩌면… 아직 덜 회복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