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전용으로 맞는 회초리가 있었다. 책상 오른쪽 가장 상단의 수납함 없는 서랍을 열면 연두색 형광의 자가 있었는데 30cm의 형광색 자가 바로 내 전용 회초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맞는 도중에 그 자가 부러진 것이다. 자가 부서졌기 때문에 당연히 매질은 멈췄고 나 또한 멈춘 매질에 안도감을 가지게 되었다. 새엄마는 더 이상 자로 나를 때리지 않았고, 그날 너무나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에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다 다음 날인지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날 아침, 새엄마는 새 자를 샀다며 웃으며 내게 보여주었다.
"이제 안 맞을줄알았제?"
이상하게도 나는 당연히 새엄마로부터 맞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는 새엄마의 친절하지만 독한 말에 나 또한 배시시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었지만, 누군가 나를 때린다는 말이 이렇게 친절하게 느껴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와 새엄마의 관계는 이토록 잔인했다. 때린다는 말에도 미소가 담겨있으면 감동을 받아 나 또한 배시시거렸으니 말이다.
새로 생긴 자는 더 두꺼운 자였고 길이는 똑같은 30cm였다. 단지 맞다가 부서졌으니 힘 있고 강한 두꺼운 자를 새로 사 온 것이다. 그 자는 기존에 있었던 자보다 0.2미리 이상 두꺼웠고 형광이 아닌 투명색이었다.
그 자는 이전의 차보다 더 날카로웠고 모서리는 더욱 뾰족했다. 원래 있던 자가 부러지는 바람에 더욱 잔인한 매질을 당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맞을 것.. 그냥 자가 부러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
괜히 부러진 자가 원망스러웠다. 서랍을 열 때마다 보기 싫게 두꺼운 자가 있는 것을 보며 괴롭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