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물 속

by 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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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다시 배우고 있다. 집에서 수영장까지 걸어서 20분, 버스 타도 20분.

그래서 수영장까지 걸어서 다닌다.


수영장에 가기 직전까지 너무 가기 싫어서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

자격증 시험이 한 달 밖에 안 남았어.

한번 안 간다고 크게 지장 없을 거야.

등등


혼자서 핑계를 댔다가 가야 한다고 꾸짖다가 원맨쇼를 10분 정도 하다가 결국은 수영을 배우러 간다. 옷을 벗고 수영복을 갈아입을 때까지도 매우 귀찮아서 괜히 온 것 같아 후회한다.


그러나 막상 물에 들어가면 좋다. 평소에 경직된 몸이 물에서 한 번에 녹아버리는 기분이 든다.


나는 어릴 때 수영을 배웠지만 거의 10년 전이기 때문에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있어서 발차기부터 다시 하는데

발차기를 하다가 선생님 몰래 물속에서 손이랑 발을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놀고 있다. 그리고 음-파-를 할 때, 물속에 바닥에 비치는 하얀 얇은 실 같은 물결이 예뻐서 또 선생님 몰래 그걸 구경하고 있다.


그렇게 수영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없이 물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물속은 긴장된 내 마음도 부드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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