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회복되는 느낌을 조금씩 받고 있다. 저번 주 월요일에 비하면 오늘의 기분은 아주 상쾌한 편이기도 하다.
한동안 나를 맴돌 돈 말이 있었다.
"여러분 인생은요. 문 밖에 있어요! 문 안에서만 있어서는 안 돼요!"
요즘 들어 문 안에서만 살고 있었던, 그것도 아주 우울하고 자기 개선 욕구에 목마른 사람이 저 말을 듣는다면? 당연히 나가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나는 나가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할 줄 아는 것은 연락을 돌려 술 몇 잔 기울이는 것이 전부였고, 좋지 않은 정신상태에서 마신 술은 이번에 마신 대상을 다시 부르지 못하는 관계로 만들었다. 결국 나는 문 밖으로 나가서 스스로를 문 안으로 돌아오게 만들어버렸다.
사실 몇 번은 알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과의 술자리는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뿐이라는 것을. 그럼 애도 나는 관계가 목말랐고 정이 고파서 참지 않았다.
상쾌하다 뭐다 써놓고 위 같은 이야기를 써 놓은 건 비단 저 문 밖으로 나간 결과물이 인간관계 단절만 있어서는 아니다. 누군가는 한 유튜버를 추천해 관조 일기를 쓰게 했고, 누군가는 피아노라는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해 줬다. 한 사람은 잊었던 장르 소설을 쓰고 싶게 만들어 줬고, 다른 사람은 불안정한 나도 친구로 좋다고 해주었다.
주말에 나는 나름 바빴다. 전자 피아노의 운지법을 배우며 허둥댔으며 여러 요리를 해보자는 목표로 장을 보고 새로운 요리도 했다. 나와 함께 게임하자는 오랜만의 연락에 즐겁게 게임도 했고 밀린 마음처럼 밀린 방 청소도 정말 오랫동안 했다.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오전 반차를 사용했음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짬을 내 쓰고 싶었던 장르 소설의 설정을 잡았다.
아마 이전 관조 일기에서 "내 삶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만 가득했다."라고 적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나는 퇴근 후 피아노를 치고 싶었고, 장르 소설의 1화를 써보고도 싶다. 오랜만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내 삶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너무나도 감사한 삶을 오늘 겪고 있다.
말라비틀어져가던 마음에 물이 내렸다. 삶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