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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Jul 21. 2024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리뷰

단편소설 뷔페. 그런데 이제 SF 스러움을 곁들인.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는 '이묵돌' 작가의 SF 단편소설집이다. 

리뷰 전 먼저 말하자면, 나는 장르 문학의 글을 볼 때 감정의 몰입이 강한편이다. 감수성이 좋다고 해야할까.


먼저 경고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는 방지턱이 있다.
 동시에 권하고 싶다. 이 9가지 소설들 중에 분명히 기억속에 깊게 박힐, 매력적인 이야기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 소설은 8개인데요?' 읽어보면 알거다. 왜 9개인지.

이전 이묵돌 작가의 다른 소설집 '모두가 회전목마를 탄다'를 볼 때는 함박 웃음을 터뜨리거나 그렇다고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없어서 이번 글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샀어?' 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그의 글은 꽤 맛이 있기때문이다. 우리 삶처럼 힘들고 척박할 때 그의 소설은 적당한 유머를 찾아내 웃기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꽤나 읽을만한 책을 쓰는 작가다. 나름 출판 된 책이면 내용은 취향차이일테고 제일 중요한건 글을 읽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연한 행동을 하듯 이 책을 펀딩했고, 읽었다. 그 뿐이었다.


단편소설 뷔페. 그런데 이제 SF 스러움을 곁들인.

이번 책은 명확히 SF임을 밝히고 시작한다. 내가 밝힌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띠지가, 책의 뒷면이 강조한다. 장르 소설이니까 당연하지만...그래서 더 기대는 없었다. SF는 특유의 맛이 꽤 강한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 작가가 잘 해낼것이라는 기대가 생길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의 문장과 같다. 단편 소설집이지만 SF는 그처 첨가향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좋았다. 이미 SF라는 장르는 너무 넓고 깊어졌고 그곳에 이 작가가 발을 뻗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작가는 아주 영리하게 그 맛을 향신료 처럼 사용했다. 그래서 권하고 싶다. 부담없이 먹은 코스 요리에서 '빡!'하고 충격적인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기에. 


스포일러를 겸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너무 크게 먹고 있었던 것 같다. 위에 글들을 보니 흐리뭉텅하게 예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좀 직접적으로 써보겠다. 

가지 매력 포인트를 짚어보자면, 번째로는 구성이다. 단편소설집 특유의 느낌이 있다. 하나의 소설을 모두 읽으면 '툭.'하고 끊겨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 이것 때문에 단편소설집을 자주 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단점을 구성이 완화시킨다. 목차 중 '프롤로그-인터미션-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이 책의 구성이 단편 소설들을 읽어내더라도 중간 중간 '너는 내가 보여주는 글들을 읽고 있어.' 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느낌 하나가 소설들 사이의 연결점으로 분명하게 작동한다.


두 번째로는 소설마다 주장이 뚜렷하다는 것을 꼽겠다. 이 책 안의 소설들은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 소설에서 중요하게 비치는 '어떤 것'. 그것이 소설 인물들에게 어떤 의미로 여겨지는지가 명확하게 보여진다. 어떤 것은 소설마다 다르다. 정신적인 것일때도,물체적인 것일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읽는 우리에게 제대로 다가오는 가인데, 분명히 이런 점에서는 좋았다. 어떤 소설들은 읽고 난 뒤 뒷 맛이 상당히 찝찝할 때가 있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읽고 끝냈을때 찜찜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꽤나 짧은 내용의 소설들도 말이다.

하지만 소설의 강조 내용이 내가 해석한 것이 맞는지 확신 할 수 없다는 소설 장르의 매력을 확실히 살리기도 했다. 어떤 소설은 두 번째로 읽었을 때 '첫 번째 읽고 내린 결론이 틀렸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읽을 때마다 명확한 내용이 느껴질 수 있다는 소설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잘 쓴 글의 대체적인 공통점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기교를 뽑고 싶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 풍경 묘사를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그 풍경 속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을 상상하며 읽는 게 기본적인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나 훌륭했다. 다른 소설들은 몰라도 이 소설집의 제목이 된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의 풍경 묘사는 뭐랄까...가히 경악할 정도였다. 정말 오랜만에 소설의 풍경묘사를 보며 명확히 그림이 떠올랐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문 리버'의 마지막 부분 또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전 작가의 소설집에서는 이런 경험이 매우 적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뚜렷한 풍경속에서 인물들이 행동한다.

각 소설들의 끝 부분에는 작가가 글을 쓰며 생각한 내용들이 메모처럼 적혀있는데, 이것또한 기교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소설을 끝마칠 때 예상하지 못하게 등장한 정말 맛있는 디저트'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메모를 보면 읽었던 소설을 홀린 듯이 펼쳐서 재감상할 수 있게만든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맛있는 소설이었어.'


리뷰를 마치려한다. 끝에 주저리주저리 더 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요약한다. 리뷰가 길다보니 이것만 보는 분들도 꽤 있을 것 같다.


SF라는 벽을 세우지 말고 보면 좋을 책. 상상할 수 있게하고 그 행동으로 기쁨을 느끼게해주는 책.

가끔 일상속을 벗어난 느낌을 받고 싶다면, 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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