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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다쟁이 Apr 29. 2020

의심하면 이루어진다.

누가 생일날 나를 울렸을까.

<04.14> 생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차분한 생일을 맞이했다. 혼자 보내는 생일은 꽤 익숙한데, 의외로 생일 축하 메시지가 많아 놀라웠다.


그중 아빠한테 연락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령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축복받으면서 태어난 아이이고, 이렇게 연락 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헛되이 살지 않았을 거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집에 들어와 잠시 누워 있는데 문자가 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미역국은 드셨나요’

.

.

.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기다리던 연락은 이런 기분이구나. 저녁 8시 조금 넘어 도착한 문자인걸 보니 아빠도 꽤 고민을 했구나 싶었다. 이모티콘 하나 없는 담담한 말투지만 희한하게 다정함이 느껴졌다.


나의 답장에 아빠는 케이크는 본가에 오면 사주겠다고, 언제나 긍정적이고 재밌게 생활하라고 덧붙였다.

‘네. 안 먹어도 배부르네 ㅎ’라고 보냈다.


정말 그랬다. 마음이 너무나도 충만했다. 나도 모르게 쌓였던 아빠에 대한 노여움이 풀리는 것 같았다. 엄마가 시켜서 마지못해 보낸 문자라도 상관없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내게,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나의 문자에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조금 넣어두었고, 아빠도 그게 끝이었다. 이만큼이 우리 부녀의 거리다.


그래도 좋았다.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주인공 은섭이 “의심하면 이루어진다”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연락이 올까 의심하는 순간 연락이 왔다. 나의 의심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이 말을 믿기로 했다. 의심하면 이루어진다!


사족.

이 글을 시작으로 가깝고도 먼 당신,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글이 시작됩니다.

너무나 닮았기에 가까이 지내지 못하는 부녀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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