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육아휴직 중
예섬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예섬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가장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본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친구랑 뭘 하고 놀았는지?’
‘쉬는 시간에는 뭘 하는지?’
이것은 아주 단편적인 질문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 친구 관계, 놀이와 관련된 질문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어?’
예섬이의 답은 간단명료하다.
“까먹었어.”
두 번째 질문 ‘친구랑 뭘 하고 놀았어?’에 대한 예섬이의 대답은
“그냥 놀았어.”
세 번째 질문 ‘쉬는 시간에는 뭐하고 놀았어?’
“아빠,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는 물 먹고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이랬어.”
“그래, 선생님 말씀 잘 들었네.”
“물 먹고, 화장실 갔다가 뭐라도 할 거 아냐..”
“...”
“그래, 그만하자.”
대개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표현을 잘 안 한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알기 위해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잘 말해주는 친구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예섬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 데리러 나갔다.
학교 운동장에서 조금만 놀고 가고 싶다고 했다.
같이 산책도 할 겸 운동장으로 나가서 스탠드에도 앉아보고, 구령대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놀이터에도 들어가 정글짐에서 잡기 놀이도 했다.
학교 운동장 곳곳에서 놀다 보니 예섬이가 얘기한다.
“아빠, 점심시간에 밥 먹고 나와서 친구들이랑 여기서 점프하며 놀아.”
“어떤 친구는 여기서 뛰다가 발이 다치기도 했어.”
“그랬어? 친구는 괜찮아? 조심해야겠다.”
또, 놀이터 주변 경계로 만들어 놓은 타이어 위를 균형 잡기 하며 걸어가던 예섬이가 말했다.
“아빠, 이거 보세요. 나 친구들이랑 대결해서 제일 오래갔어.”
예섬이랑 학교 곳곳을 산책하며 놀다 보니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구체적으로 어떤 놀이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학교를 산책하며 같이 놀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얘기였다.
집에 와서 학습지 복습을 했다.
요즘 한글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예섬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하게 해 줬다.
그리고 매일 나랑 같이 공부한다.
부모가 자식을 가르치다 보면 사이가 멀어진다는 말도 자주 들었지만 “나는 초등교사니까 괜찮다.”며 자신 있어했다.
하지만,
세대를 관통해지나온 말은 분명 수많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우린 경험함으로 깨닫는다.
어쨌든
‘사막에 낙타가 살아요.’를 같이 읽는데 아직 받침이 있는 글자를 못 읽어서
읽어주며 한 글자씩 아는 글자만 읽어보게 했다.
그러다가 ‘에’를 정확히 읽어서 어려운 글자인데 잘 읽었다고 칭찬했더니
“아빠, 이거는 오늘 짝꿍이 가르쳐줬어요.”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더니 수업 시간에 모르는 글자가 나와서 짝꿍에게 물어봤더니 가르쳐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있었던 다른 일도 말하기 시작했다.
예섬이에게 피상적인 질문만 했던 내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예섬이는 피상적인 질문에 피상적으로 답변했을 뿐이었고
구체적인 장소에서, 구체적인 활동을 나와 ‘함께 하며’ 자기 몸으로 경험한 것들을 몸으로 보여주며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아빠, 질문은 이렇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