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백종원 대표에게 혼났다.
'골목시장'을 보고.
아내가 즐겨보는 덕에 나도 애청자가 된 골목식당. 먹는 걸 좋아하고 요리하는 걸 즐겨하는 아내는 백종원 대표님을 보며 먹는 모습도 복스럽고, 전문가적인 식견과 장사할 자세가 안 돼있는 사람들에게 호통칠 수 있으면서도 잘되기를 바라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멘토로 평가한다. 나 역시 바라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편집, 제작된 영상물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이나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한 홍보뿐 아니라 스스로를 변화시켜 성공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때가 많이 있다.
진작에 시청소감을 쓸려고 했으나 게으름으로 인해 여태 관련하여 한 줄도 적지 못한 점이 아쉽다. 때문에 오늘은 시청을 마치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다.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제작진들은 방송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음식점 사장님을 만나 인터뷰하며, 특이한 사람이나 개과천선할 것 같은 바보온달의 모습을 한 사장을 찾는 재주가 있을 것 같다는 상상 말이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지난번 홍탁 집 사장님과 오늘의 피자집 사장님을 바라보고 '어떻게 저렇게 장사할 수 있지?'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제작진의 섭외능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제작진의 능력이 아니라 그냥 랜덤으로 아무나 섭외하여 촬영을 시작하는 거라고 한다면 매 회마다 일정 비율로 등장하는 괴짜 사장님들의 숫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다면 저렇게 노력하지 않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이며, 노력하지 않고 차든지 덥든지 하지 않고, 자신의 입에 풀칠할 정도로만 장사하는 뜨뜻미지근한 사장님들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식 자영업 폐업률이 꽤나 높은걸 보면 준비 없이 뛰어들고 열정 없이 장사에 임하는 사장님이 많은 게 사실 이리라.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걸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오늘도 자아도취, 고집불통인, 기본이 상실된 사장님의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촬영을 하고 다면 둘 중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대박집이 되거나 쪽박집이 되거나 말이다. 백 대표님의 말에 순종하여 자신의 삶의 태도부터 바꾸는 사장님은 대박칠 확률이 높아지며, 어떠한 조언도 귀담아듣지 않고 마이웨이로 가는 사장님들의 결과는 그 반대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 대표님이 모든 부분에서 정답 일리는 없다. 그가 가지고 장사치로서의 경험과 안목이 초짜 사장님들에 비해 높을 것이라는 것뿐이지 그가 아무리 내공이 있다고 모든 면에서 백 프로의 정확성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 변수와 오류란 생길 수 있는 법이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그는 엄청난 내공의 사람이다. 물려받은 성공이 아닌 스스로 일궈낸 성공이라서 더욱 값지게 보는 면이 있다. 그가 방송에 나와 얘기하는 것이 어려운 알아듣기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그를 멘토로 삼고 싶어 지게 하는 부분이다. 위생관리, 재료의 이해, 가격결정, 손님에 대한 예절, 대중적인 입맛 등 장사를 하려면 응당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부분만을 얘기한다. 자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연구해야 함을 말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사장님들에게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장님들마다 다르다. 숱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것이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자신에게만 집중되어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의 인간이다. 나도 그들 중에 하나이겠다.
오늘도 백 대표님에게 조언 듣고, 심하면 혼나기까지 하는 사장님들을 보며 내 면접 상황이 그려졌다. 지금 만들어 장사하고 있는 크로켓을 좋아하는지?, 장사를 하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묻는 물음에 빠르게 눈알과 짱구를 돌리는 사장님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목표의식도 남들에게 피력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 백종원 대표님에게 혼나고 있었다.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이유를 찾고,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목식당'을 통해 고집불통인 나를 조금씩 바라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