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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Mar 07. 2023

항상 남는 장사


한 3주 연속 주 1회씩 엄마가 계신 부여에  다녀왔다. 엄마 치매검사로 시작해서 또 다른 연계 검사까지 진행했다. 2회까지는 그래도 그런대로 시간을 내는 것이 웬만큼 수월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갑자기 찾아온 독감인지 비염인지 역류성 식도염인지 원인 모를 증세로 인해 끙끙 앓았기 때문에 내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약만 사 먹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병원을 찾은 뒤에야 증세가 웬만큼 호전됐다. 그런데 문제는 속 쓰림 증상이 또다시 시작됐다는 것. 들여다볼 수도 없는 내 뱃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의원에 가봐야 할까? 아니면 소화기내과에 가봐야 할까? 계속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엄마 건강검진 결과를 보기 위해 부여에 내려가야 될 날이 다가왔다. 직장에 메인 몸이라 겨우 한 나절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 뭘 먼저 해야 되나 하는 갈등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엄마 혼자 병원에 다녀오시라고 하고 내가 먼저 병원에 가야 되나? 아니면 엄마부터 엄마에 모시고 갔다가 나는 나중에 병원에 가야 되나? 엄마가 아시면 걱정할 테니 내 상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목요일 근무 중에 국장님께 병원에 좀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얼결에 내 문제부터 해결했다. 병원에서는 딱히 처방은 없었고 일단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엄마를 만나기 위해 부여로 핸들을 틀었다.


엄마 혼자 병원에 가신다고 해도 검사 결과를 알아들으실리 만무했으니 내가 같이 동행하는 것이 맞는 거였다. 다행히 엄마 치매 검사 소견은 양호한 상태였고 그 외 검사도 약간의 빈혈 증상과 비타민D 부족 현상을 빼고는 양호한 편이었다. 일단 정신과 약을 드셔야 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안도할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한테 물으셨다.


"지난번 지어 드린 약은 좀 어땠어요?"


우리 엄마 난청 증세가 있으셔서 제대로 말을 못 알아들으신다.


"네 뭐라고요?"


내가 할 수 없이 중간에서 통역을 했다.


"엄마!~ 지난번 약 드시고 잠 잘 주무셨냐고요?"


"응 괜찮았어요"


의사 선생님과 엄마 사이에서 열심히 통역을 하던 중에 엄마가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하얀 봉투 하나를 꺼내서는 얼른 나에게 건네셨다.


"엄마!~ 이게 뭐예요?"


엄마 나한테 눈짓을 하면서 작은 소리로


"병원비는 내가 내야지"


의사 선생님이 빙긋이 웃으셨다.


병원비는 2만 3천 원 나왔는데 봉투에는 1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엄마! 그깟 병원비 얼마나 나온다고 내가 내면 되는데"


"너 바쁜데 이렇게 엄마 데리고 다니는 것만도 내가 미안해 죽겠는데 어떻게 병원비까지 내라고 하니

그럼 엄마가 미안해서 안돼"


할 수 없이 봉투에서 2만 원을 꺼내서 결제하고 나머지 8만 원을 엄마한테 돌려드렸더니 이번에는 2만 원을 더 보태서 10만 원이 든 봉투를 나에게 건네셨다.


"뭔데 엄마?"


"기름값


 내가 노령연금 받아서 잘 모아둔 거야 엄마 성의니까 받어. 안 받으면 엄마 속상혀"


안 받으면 화내실 것 같아 받아오면서 엄마 계좌로 다시 10만 원을 넣어 드렸다. 그러면서 혹 엄마가 서운해하실까 봐 월급날이라 드리는 거라면서 앞으로 용돈 더 자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항상 자식들한테 병원 약 심부름을 시키고는 약값보다 2배는 더 주신다. 당신 약값은 당신이 내야 한다면서... 그저 자식들이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고마워하신다. 그러면서 내 자식들이 다 효자들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신다.


자식들에게 늘 2배로 돌려주는 부자 엄마지만 사실 엄마의 수입원이라고는 국민연금 쪼금하고 노령연금이 전부다.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는 경제활동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다. 간간이 이모들이나 자식들이 조금씩 드리는 용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뒀다가 병원비나 약값으로 내어 놓으신다. 또 그중에 일부는 손주들 용돈으로 주고 나머지는 자식 며느리 생일마다 10만 원씩 보내 주신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늘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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