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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Feb 23. 2023

엄마는 다 그렇구나!

한 일주일 전부터 위가 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모래가 버석거리는 느낌이라 역류성식도염 때문에 그런가 싶어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서 이상하다 싶더니 웬걸 한참 잘못짚었다. 위가 안 좋은 것이 아니고 독감 예후 증상이었던 것.


한 3일 전부터 목이 확 잠기더니 저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성인 남자의 코 고는 소리가 바로 가래 끓는 소리였다. 뭐 말해 무엇하랴. 작년에 독감예방 주사를 맞은 것도 같고 안 맞은 것도 같은데 암튼 이미 독감에 걸려 버렸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한 대로 약국에 달려가서 종합감기약과 해열제 그리고 용각산까지 사서 열심히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그런데 병원 처방 없이 그냥 약만 삼킨다고 될 일이 아니었나 별 차도가 없다. 이상한 동굴 목소리가 나는 사이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조서정"


"네에 엄마"


"너 목소리가 왜 그러냐?"


"감기 걸려서 그래요"


내가 감기에 걸렸다는 말에 엄마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빨리 병원에 입원해라

 목소리가 너무 안 좋다."


이쯤 되면 엄마가 엄청 귀여우신 거다. 무슨 감기에 병원 입원까지...


"그냥 약 먹으면 나아요. 시간이 좀 걸릴 뿐이에요. 엄마도 독감 걸려봐서 알잖아요?"


"나는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수액하나 맞고 낳았어.

 그러니까 너도 병원 가서 수액 하나 맞아라

 엄마가 돈 보내줄게"


바로 다음날 엄마한테서 10만 원이 입금됐다.

이런 우리 엄마 치매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것 같은데 의사 소견으로는 경증 치매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내일은 엄마 모시고 보건소에 가서 검사 결과지 받아가지고 신경과에 다녀와야 한다.

엄마는 내심 걱정이 되는지 며칠 전부터


"그게 언제라고 했지? 낼모레냐?"


"네에 엄마

 아무 걱정 마시고 계셔요. 제가 모시러 갈게요"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나 병원가라고 10만원씩 턱턱 보내주는 날들이 길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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