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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Feb 16. 2023

니체라면 어땠을까?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


오늘 나는 페이스북에 '니체를 쓰다' 중에 있는 몇 문장을 포스팅했다. 사실 니체의 문장을 포스팅한 이유는 내 글을 우리 딸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의도적으로 올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나를 파멸시키지 않음으로써, 나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P.29


“평생 동안 과도한 고통이 소름 끼치도록 내 곁에 존재했다. “ 실제로도 모진 고통이 지긋지긋한 각종 질병에 의해 찾아들었다. 예를 들어 두통은 달고 살았다. 망치로 때리듯 심한 두통이 찾아오면, 종일 소파나 침대에 무감각하게 쓰러져 지냈다. 그런가 하면 객혈을 동반한 위경련, 열과 편두통, 식욕부진, 무기력증, 치질, 장 울혈, 오한 및 식은땀, 이런 것들이 번갈아가며 그를 찾아왔다. 게다가 “장님에 가까운 눈”은 조금만 힘들어도 즉시 부풀어 오르고 눈물이 흘러내렸고, 정신적 노동자인 그에게 “매일 1시간 30분 정도 일할 수 있는 시력”만을 허락했다.

P.29-30


그는 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계속 살아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토록 심한 압박감 속에서도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서 생산성이 생겨났다는 데 놀라워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 고통과 결핍이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무이한 성스러운 “사건”에 속하노라고 선포했다. P.41


그는 병을 인정함으로써 인식에 눈떴고, 인식으로부터 감사함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고통에서 눈을 돌린 더 높은 전망으로부터, 그는 이 세상에서 고통만큼 자신과 긴밀히 연관되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P.42


-니체를 쓰다- 중에서


나는 니체를 알고나서부터 딸에게 의도적으로 니체 이야기를 해 준다. 니체의 생애와 니체를 괴롭혔던 니체의 병, 그리고 니체가 사랑했던 루살로메 이야기까지...


내가 딸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는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 연애를 어려워하는 딸을 위한 측면과 또 하나는 내면에 상처가 많은 아이를 위로하기 위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너는 마음이 아픈 아이야"라고 말하기보다는 "너는 니체를 많이 닮았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려는 의도다.


우리 딸은 어려서 언어 발달이 좀 느렸었다. 그러다 보니 유아기부터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많은 상처가 내면에 딱지로 굳어진것 같다. 또 거기다 일찍이 부모의 이혼과 동시에 들어온 새엄마까지... 말로 해서 다 무엇하랴. 안 그래도 멘탈이 약한 아이를 최악의 환경에 밀어 두고 나온 내 죄가 너무 크다.


그래서 가장 힘들어하던 고3 시절에 내가 데리고 와서 같이 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나하고 있을 때는 너무 명랑하고 아는 것도 많은 아이인데 타인 앞에만 서면 낯가림을 표출한다. 학창 시절 내내 친구를 못 사귄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가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크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 전 아르바이트 경험을 좀 쌓아보라는 나의 권유에 따라 아르바이트 면접을 하루에 서너 곳 씩 보러 다니다가 멘탈이 다 털린것 같다.  꺼져가는 자존감을 공부와 자격증 취득으로 애써 살려놨는데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멘탈이 붕괴됐으니 다 내 욕심이 불러온 사단이다.


당분간은 취업보다는 건강 먼저 챙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줬다. 사실은 엄마도 늦은 나이에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그전까지는 엄마도 힘들었다고... 그리고 니체는 자기 몸에 찾아온 병을 극복하면서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다고...그리고는 긴급 처방을 위해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라는 심리학 책들을 주문했다.


내가 책을 주문한 것을 알게 된 딸이 물었다.


"엄마! 엄마가 주문한 책 심리학 책이잖아. 유튜브에서 많이 들었어. 상담사들이 많이 읽는 책이라고

 그런데 엄마는 그 책들을 왜 주문했어?"


딸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막상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일단 둘러댔다.


"응 너한테 필요할 것 같아서. 상담 공부 많이 해놔야 좋잖아"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가서 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의 병은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네 안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에게 귀를 기울여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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