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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Apr 06. 2023

 너무도 간절했던 기도

나는 야자수 열매의 맛을 알기 위해 천막교회에 몇 번 나갔다가 교회에 대한 신비감도 사라져서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 잠깐 나가본 교회를 뒤로하고 나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는 통학이 어려운 여건이라 하는 수 없이 친구 둘과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그래서 토요일마다 쌀과 김치와 용돈을 타기 위해 꼬박꼬박 시골집에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먹을 식량을 챙겨 담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집을 나서면 가방끈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날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짐칸에 학생 여럿을 태운 트럭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천막 교회 집사님이 운전하는 트럭이었다. 운전석 옆 좌석에는 같이 자취하는 내 친구가 타고 있었고 다른 학생 몇은 트럭 짐칸에 타고 있었다. 천막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학생들과 함께 면소재지에 나가는 길에 나를 발견하고는 멈춰 선 것이다. 트럭 짐칸에 타야 하는 것이 뭔가 조금 찜짐해서 잠시 망설이다가 버스를 한참 기다리는 것보다 트럭을 얻어 타는 것이 낫겠다 싶어 트럭 짐칸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노루목고개를 지날 때쯤이었다.


속도가 실린 트럭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한쪽으로 휘청하는 순간 트럭 짐칸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오른쪽으로 휩쓸렸다. 그순간 트럭 난간을 꽉 붙잡고 있던 손이 풀리면서 순식간에 도로 옆 콘크리트 수로에 내 옆에 타고 있던 남학생의 몸이 쑤셔 박혔다. 놀란 운전자가 차를 멈춰 세웠고 같이 짐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른 차에서 떨어진 학생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달려갔다.


겉으로 보기에 큰 외상은  없어 보였는데 잠깐 기절했다 깨어난 탓인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순간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내 몸이 차와 함께 휩쓸리면서 그 학생을 밀쳐낸 것만 같아 혼자 죄책감에 시달렸다. 트럭에서 떨어진 학생이 의사 진료를 받는 동안 운전했던 집사님이 우리가 다 같이 합심해서 기도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면서 다 같이 기도하자고 말씀하셨다. 남 몰래 죄책감에 시달렸던 나는 정말 너무도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교회도 안 나가고 믿음도 없지만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왠지 차가 휩쓸릴 때 제 몸이 저 학생을 밀친 것 같아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 학생이 온전한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나님께서 도와주세요.

 저 학생만 무사하다면 제가 앞으로 열심히 교회도 다니고 하나님도 섬기겠습니다."


내 기도 덕분이었을까? 트럭에서 떨어진 학생은 5분만에 거짓말처럼 기억을 되찾았다.

순간 나는 휴! 하는 안도감과 함께 정말 하나님이 계셔서 저 학생을 보호해 준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신앙생활은 정말 독실했다. 새벽 기도도 나가고 부흥회도 열심히 나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하나님이 정말 계신지 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또 열심히 새벽 기도와 부흥회에 나가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정말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딱 한 번만 저에게 나타나주세요.

 그럼 제가 목사님 말씀대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하나님의 딸로 살겠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절대 하나님을 의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의심해서 그런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하나님은 내 꿈에는 커녕 어느 곳에도 나타나 주지 않았다. 그렇게 청년회와 주일학교 교사까지 했던 나는 자연스레 하나님의 존재를 믿을 수 없게 됐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대전에 올라와서 교회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역시나 나의 믿음은 종잇장보다 약해서 금방 찢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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