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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Apr 13. 2023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어젯밤에도 잠이 안와 밤새 유튜브 책읽어주는 콘텐츠에 빠져 있었다. 워낙 좋은 콘테츠만을 골라 읽어주는 유튜버가 있어서 잠 안오는 밤 시간을 나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어제 들었던 콘텐츠 중에 명리학자가 쓴 책 내용이 있었다. 20여년 동안 명리학 상담을 했다는 저자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사는 동안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가끔씩 되새기면서 삶의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은 유한한 삶속에서 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속담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 말이 있다. 가끔 다이어트를 하다가 못 참을 것 같을 때 그래 뭐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 아니여? 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속담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 먹고 싶은 거 먹고 행복하게 죽은 귀신이 얼굴빛도 곱다란 뜻으로 풀이된다.


잠시 우리의 기억을 되돌려보면 한때 우리를 오싹하게 했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들은 모두 다 험악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묘사됐다. 그런가 하면 사극에 등장하는 장희빈 같은 경우에는 온갖 나쁜 짓만 일삼다 마지막에는 궁녀들이 강제로 입을 벌리고 사약을 들이붓는 모습으로 생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으로 그려졌다.


그런가 하면 너무 편안한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충남지역 공소(천주교 성당 같은 곳)를 소개하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죽음은 참으로 남달랐다. 충남 지역은 특히나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박해를 받다가 순교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 그 당시 순교자들은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길목에서 만난 친구에게  "내일 천국에서 만나세"라고 말하며 웃으면서 헤어졌다고 한다.


이는 비단 천주교 신자들 뿐 아니라 큰 깨달음을 얻은 스님들도 입적할 때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한다. 이는 특정 종교에 귀의한 분들뿐만 아니라 무신론자들 중에서도 마지막 순간에 아주 편안하게 눈을 감는 분들은 얼마든지 많다. 또 평생 무신론자로 살다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종교에 의탁한 채 마지막을 맞이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 이런 분들은 아마도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종교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라도 마지막에 편안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받아드리는 자세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면서 악착같이 살던 사람도 마지막 순간에는 모두 내려놓고 가는 것도 같은 매락이 아닐까 싶다.


가끔 문상을 가거나 했을 때 상주들에게 듣는 말 중에 "정말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마지막에 편안하게 갔다는 것은 남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동시에 또 이승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성적표가 아닐까 싶다. 결국 이 생에서의 마지막 성적표를 가지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마지막 가는 모습은 평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외롭지 않게 가족의 배웅을 받으면서 가면 더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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