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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Apr 20. 2023

팔순 엄마도 여자랍니다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신 엄마는 대화 상대가 없어서 늘 외롭다. 그래서 요즘 나의 하루 일과는 시골에 혼자 계신 엄마와 전화 수다로 끝이 난다. 가끔씩 내가 잊어먹고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하실 때도 있다. 물론 낮에 회관에서 마을 사람들하고 수다를 떨긴 하지만 속내까지 열어 보일 수 없는 관계인지라 딸한테 만큼은 속내를 열어 놓는다.


그제도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 오늘은 뭐 하셨어요?"


"응 오늘은 우리 딸하고  아들이 준 돈으로 치과 가서 이빨하고 TV 다이가 고장 났잖아

그래서 TV다이 하고 서랍장도 다 틀어지고 고장 나서 서랍장도 샀지"


엄마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딸년이 재를 뿌렸다.


"좀 비싸게 사셨네요 엄마


 나한테 얘기했으면 인터넷에서 좀 더 싸게 사 드렸을 낀데..."


순간 앗차!  실수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 잘 샀대 그래서 우리 아들딸이 돈 줘서 샀다고 했어"


"잘하셨어요


 엄마가 행복하시면 됐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늘 당신이 사고도 남들한테는 아들딸이 해 줬다고 자랑을 한다. 그것이 엄마의 자존심이다.

사실 치과치료비는 세종사는 둘째 동생이 해 드렸다. 나는 기냥 엄마 용돈 개미 오줌만큼 드린 것이 다인데 동생한테 업혀간 느낌이다.


그래서 어버이날에는 엄마가 가지고 싶다는 화장대라도 하나 사 드려야 할까 싶다.


엄마 말씀으로는


"내가 얼마나 산다고 사겠냐 기냥 해본 소리여"


하셨지만 엄마도 여자니까~

나중에 아빠 만나러 가실 때 이쁘게 하고 가시라고 화장대랑 영양크림이랑 립스틱이라도 사 드려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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