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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Apr 20. 2023

엄마와 아내 중 누구를 구할 것인가?

나는 ‘미운우리새끼’를 즐겨 보는 편이다. 지난번 방송에서는 김종국씨와 이상민씨가 양재진 양재운 형제 의사를 찾아가 심리 상담을 받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김종국씨 상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이 정신과에서 주로 쓰는 고전 퀴즈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질문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어머니와 배우자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 거냐?‘


여자들이 상대방의 애정 척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흔히 하는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해서 쉽게 한 사람을 구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교적인 환경에서는 더더욱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만약에 엄마라고 대답하면 아내가 서운해할 것이 분명하고 또 반대로 어머니라고 대답하면 단번에 배은망덕한 자식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였더라면 배우자를 구하겠다고 말할 것 같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그렇게 대답했다고 해도 자식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내 대답에는 자식의 이기심이 녹아있는 대답임에 분명하다.


이 질문에 정답은 어머니가 아니고 배우자라고 한다. 그 이유는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관계가 누구냐'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관계는 배우자다. 결국 내가 선택한 사람을 구하는 게 정신과적으로 건강한 답이라는 것이다.


이 질문의 상황을 조금만 창의적으로 비틀어보면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여동생과 아내가 싸웠을 때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정답은 당연히 아내 편을 드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나에게도 올케가 셋 있다. 그동안은 워낙 올케들 편을 들어왔던 상황이라 크게 부딪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막내 동생이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동생 일로 올케들과 부딪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중간에 서 있던 오빠의 판단은 당연히 올케들 편이었다.


당시 내 생각은 이랬다. 오빠가 돼서 중간에서 중심은 못 잡고 한쪽에 치우치는 상황에 화가 났다. 나는 그런 오빠의 태도에 화가 나서 앞으로 안 보고 살아도 된다는 식으로 설전을 벌였다. 그러고 나서 한참 뒤에 다시 생각해 보니 오빠 판단이 옳았다.


어차피 오빠가 매일 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은 올케다. 그러니까 올케 편을 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긴 오빠는 이 세상 누구와 부딪쳐도 올케 편을 들사람이지만....


이 세상에 내편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 올케는 엄청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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