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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Oct 12. 2023

1. 엄마는 못 말려

엄마의 기억력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판단력이나 언어감각은 LTE급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가만 살펴보니 본래 외가 식구들의 언어 감각이 남달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일화가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 추억에 이모가 엄마를 보기 위해 잠깐 집에 들르셨다. 그때 엄마는 평생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이모를 안타까워하면서 한 번도 니 세상이 없어서 어쩌냐고 걱정을 늘어놨다. 그러자 이모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 수 없지 어떡혀. 팔자가 그런 것을... 그렇다고 팔자가 구자가 될 수도 없는디"


사주팔자를 사주구자로 바꿀 수 없다는 이모의 대답에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 이모랑 자주 전화 통화를 하는 엄마의 유머감각이 날로 발전하는 중이다. 같이 옆에 앉아있으면 끊임없이 유머로 말씀하시는 통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에 집에 갔을 때 엄마가 했던 말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1. 외삼촌 뒷담화

갸는 먹을 것은 잘 사다 줘

맛있는 국도 사서 대롱대롱 달고와서

누나 먹으라고 챙겨 줘

그런디 공돈은 한 번도 안 줬어

한번은 화투쳐서 땄다고

누나 쓰라고 천원을 주더라~

(속으로 아이구 찌깔맞게스리)

그래서 내가 천원 더 보태서 이천원을

니 외삼촌한테 주면서 그랬어

"차비혀라"



2. 뒷북

노인네들은 차비가 공짜여

그래서 노인네들이 다들 버스타고

부여에 나오고 그랴

한번은 다 죽게 생긴 노인네 부부가

버스에 탔는디 사람이 많이 탄겨

그러니까 자꾸 흔들리잖여

한 젊은 애기 엄마가 자리를 양보하면서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그러는겨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당신이 앉으라고 양보하더라.

그러니까 할머니가 또 할아버지 앉으라고

서로 그러고 있는디

그것도 불거 뵈더라.

낼모레 죽게 생긴 노인네들이 참!!!



3.동네 골목대장

동네 섭이 아버지랑 준이 아버지한테

내가 그려

"내가 누나니까

한 잔 따라봐"

그럼 예 누나 그러면서

얼른 따라준다.

그럼 내가

누나니까 받아먹긴 해도 따라주진 못햐

그럼

예예 그런다.

그러고 내가 그러지

한동네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살았으니까

내가 이렇게 장난도 치는 것이제

타동네서 시집왔으면 못 그럴거라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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