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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Nov 22. 2023

1. 엄마문답


소 꼴베고 보리방아 찧느라 학교 문 앞에도 못 간 엄마는

야학에서 한글 배우고 한자까지 익혔단다

구구단까지 배워서 계산도 척척 잘하는데 

학교 졸업장이 없어 무학이다


문맹이라 한이 맺혔다는 순이 아줌마는

문해학교 20년 만에 중학교 졸업장에 꽃다발 들고 찍은 졸업사진

안방에 자랑스럽게 걸어 놓고는

틈만 나면 엄마한테 찾아와 한글 선생을 청한단다


자음과 모음을 알려주고는 

신랑과 각시가 만나 사는 것처럼 

자음과 모음을 붙여주면 글자가 된다고 수도 없이 가르치다가 

속이 터졌다는 엄마가 참다못해 쏟아냈다는 한 마디


-중학교 졸업하신 분께서

무학인 저한테 뭘 배울 것이 있다고 그러신대요

저는 무학이라 국민학교 앞에도 못 가봤슈


엄마보다 십년이나 젊은 칠십을 훌쩍 넘긴 순이 아줌마

자랑스러운 중학교 졸업장 가슴에 품고 고등학교 졸업장 따러

오늘도 씩씩하게 문해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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