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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엄마문답

이빨빠진 엄마

by 조서정 시인

시골집에 씽크대가 오래돼서

바꿔야할 상황이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산다고 그걸 바꾸냐고

바꿀거면 당신이 돈을 내겠다고 극구 사양한다.


"엄마는 왜 딸 말을 안들어요~
형제들한테 이야기해서

씽크대 바꾸기로 했으니까 아무말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계셔요 제발~"

"야!!!

내가 이빨이 이렇게 빠져서
어린애가 됐는디 지금 말을 듣게 생겼냐?
애들도 이빨 빠지면 말을 안 듣는겨"


말로는 엄마를 못 이긴다.
치매가 진행 중이라 금방 당신이 뭘 했는지

기억도 못하시는데 언어 감각과 채치만큼은

개그맨보다 훨씬 더 좋다.


엄마의 기억이 다 달아나기 전에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이삭줍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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