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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Nov 29. 2023

6. 엄마 문답-얄팍한 속임수



시골쥐 때문에 고민이 많은 요즘

마을회관하고 고향집이 바로 붙어 있어요.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집과

회관을 왔다 갔다 하시는데요. 


"니 아버지가 나를 위해서 회관을 우리 집 뒤에

지어놓고 간 것 같아. 회관이 가까워서 내가 너무 좋다.

니 아버지는 자기가 죽고 나서 나 혼자 남았을 때를 

예측했던 것 같아"


엄마는 아빠를 이런 식으로 그리워하시는데요.

문제는 회관이 밤에는 비어 있으니까 쥐들이 출몰한다는 것

그리고 이 쥐들이 엄마처럼 우리 집과 회관을 오가면서 

곡식들을 파 먹는다는 거죠


방에 있던 쌀포대랑 팥 등등을 광으로 다 옮겼더니

이 쥐들이 나무 문짝부터 장판

그리고 벽지까지 다 아작을 내놨다는 거예요~

한 마디로 심술을 제대로 부리는 통에 

골치가 보통 아픈 게 아니에요~


엄마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얘길 하시는데요.


"그냥 둬라~

나 심심할까 봐서 쥐들이 맨날 일거리를 만들어 놓고

가잖냐? 아침마다 쥐똥 쓸어내느라 심심할 틈이 없다."


싱크대를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아서

형제들과 상의해서 싱크대를 교체하기로 한 후에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할까 하다가

우선, 고양이 울음소리를 밤마다 틀어놓는 걸로 

전략을 바꿨어요...


유튜브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찾아서 틀어놓으면 되는데

문제는 엄마가 스마트폰을 못 쓰신다는 것.

그래서 소형 효도녹음기를 하나 주문한 후에

USB를 구매해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밤마다

틀어놓으시라고 하려고 준비했어요.


문제는 엄마가 쥐들한테 너무 관대하는 것.

제가 쥐약이라도 놓으라고 했더니

쥐약 먹고 죽은 쥐를 보는 것이 더 참기 힘든 고통이라는 우리 엄마

그래도 당신 방에는 안 들어온다고

쥐들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다고 변호하는 엄마

제가 그랬어요


"엄마! 내가 보기엔 엄마가 쥐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쥐들이 자꾸 엄마 보러 오는 거 아니냐고?"


엄마 반응은


"몰라"


그러고는 해맑게 웃으시는데 제가 정말 미쳐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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