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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r 31. 2023

2023 서울모빌리티쇼, 대실망하지 않는 법

기대치를 낮춰라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라는 만화 중에는 <여름 축제의 대 실망 쇼>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인 ‘재규어 씨’는 여름 축제 시즌을 맞아 천막을 치고, 누구나 100% 실망할 수 있는 쇼를 차린다. <멋지다 마사루>를 좋아한 이들이라면 감명받았을 테지만 이 에피소드에 대해 남들에게 설명하면서 그 웃음 포인트를 살려내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왜 이 재미있는 것의 재미를 전하지 못하는가 이러려고 기자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웃음이나 감동의 포인트는 곧 기대가 충족되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기대의 충족을 원한다면,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 쪽으로는 아예 눈을 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구 ‘서울모터쇼’)의 일반 관객 관람이 3월 31일부터 시작된다.  오는 4월 9일까지 10일간이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봄의 전시로 돌아왔다는 점에 의의는 있지만 누군가는 ‘서울모터쇼’ 때부터 실망했다며 도시락 싸서 관람을 말릴 것이고, 누군가는 그래도 주말에 가족끼리 가볼 만한 전시가 있는 게 어디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30일 미디어데이 취재를 마치고, 어느 쪽이 됐든, 적게 실망할 수 있는 나름의 가이드를 고민해 봤다. 



① 규모 커봤자 다리만 아프지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찾기로 한 당신이 대실망하지 않으려면 일단 너무 규모에 집착하면 안 된다. 자동차 시장으로서 한국 시장의 질적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아무래도 절대적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모터쇼 크기도 그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모터쇼 규모가 작은 것은 한국 국민들이 너무 스마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심 있는 차가 있으면 굳이 모터쇼에 갈 필요가 없다. 특정 차종을 유튜브에 검색하고 그 댓글만 봐도 반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제조사들은 수천 만 원을 들여서 부스를 차릴 이유가 없다. 거기 와서 계약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자동차 브랜드 중, 2019년 모터쇼에는 참가했으나 이번 모빌리티쇼에 참가하지 않은 브랜드는 폭스바겐, 아우디, 푸조, 시트로엥(스텔란티스 그룹),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이다. 재규어랜드로버, 마세라티도 불참. 이들이 참가했을 때의 모터쇼는 킨텍스의 1, 2관을 다 썼다. 기자들은 취재에 팀을 나눠 맡아야 했다. 체험형 볼거리도 이 때가 더 많았다.


한 번쯤 참여하면 좋았겠다 싶은 브랜드들도 없다. 판매량이 최근 5년간 크게 신장했고 브랜드 호감도도 높으며 고객과 접점 확보를 중시하는 볼보도 불참했다. 폴스타도 마찬가지. 해외 모터쇼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만큼 전시장 볼륨감을 키우는 데 꽤 기여하는 타이어 브랜드들도 하나 없다.



②그래도 우리는 EV9 있다

현장에서 기아 직원들이 공공연히 ‘기아뽕이 차오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해될 정도로, 이번에는 기아의 역할이 컸다. EV9은 전기 SUV 대형화의 신호탄 같은 모델이자, 기아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를 공고히 하는 모델이다. 기아는 유럽 시장에서 EV6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완벽한 프리미엄이라기보다는 폭스바겐처럼 어느 정도 상위 라인업도 갖고 있는, 상위 스펙트럼이 넓은 대중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동차 저널리스트인 국민대의 권용주 교수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현재 전기차를 고르는 것은 가치소비라기보다 사치소비에 가깝다는 점을 볼 때, 브랜드의 격 상승은 매우 고무적이다.



③포르쉐는 진심이다


자신들이 한국에서 이렇게 많이 팔 줄 몰랐다고, 포르쉐 담당자들도 말한다. 이제 포르쉐 AG에서 한국 지사장은 승진 케이스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포르쉐 코리아는 2년 연속으로 1조 원 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이 시기, 효자 모델들인 카이엔, 마칸, 파나메라 등이 고른 인기를 얻었다. 2021년 기주능로 아이코닉 모델인 911도 3만 8,000대 이상을 팔았다. 


포르쉐 356 차량과 외장 부문을 디자인한 정우성 선임 디자이너(오른쪽)


이에 대해 포르쉐는 911 탄생 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356모델과 이에서 영감을 얻은 357 콘셉트카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공개하며 화답했다. 빨간 356과 75주년을 의미하는 ‘75’가 크게 새겨진 은색의 357은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④가장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삼각별


메르세데스 벤츠는 항상 가장 어두운 자리에 블랙 톤을 테마로 부스를 꾸린다. 거대한 검은 별 안에는 볼 것이 많다. 전설적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에디션의 마이바흐 S 680, EQE SUV를 비롯해 거대한 몽클레어를 입은 G 클래스 ‘몬도 G(Mondo G)’가 번쩍이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S680 4매틱 버질 아블로 에디션(왼쪽)과 몽클레어와의 협업 버전 G 클래스인 '몬도 G(Mondo G, 오른쪽)'


이번 모터쇼 히어로는 AMG 브랜드 최초의 경량 컨버터블이자, AMG로 재탄생한 SL, AMG SL 63 4매틱이 다. 강렬한 레드 컬러 안에, 깨끗한 화이트 컬러 가죽, 콘셉트카 스케치에서 볼 법한 배의 앞머리를 닮은 대시보드 등은 눈호강이다. 가죽을 이렇게 순백에 가까운 화이트로 착색 가공하기는 쉽지 않다.



미디어 행사에서는 탑의 개폐, 시동을 요구대로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이 오는 일반 관람객 내장 때는 진행될지 모르겠다. 추후 휠로그에서 시승차를 받을 예정인데, 향후 시승 동행 추첨 이벤트도 진행해 볼 계획이다. 최고 출력 585ps에 최대 토크 81.57kg∙m 4.0리터 바이터보 엔진인데 시동 걸 때의 소리는 생각보다 점잖고 깨끗하다. 국내의 AMG 마니아들은 다소 실망할지 모르겠는데, 메르세데스 AMG의 해외 고객들은 다소 부드럽고 안락한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거기에 맞춘 결과라 할 수 있다. 



⑤차는 멋지지만 공간 구성이 조금 아쉬운 BMW


BMW는 SUV 버전의 M이라 할 수 있는 XM이 공개된다. 4.4리터 V8 엔진과 29.5kWh의 대용량 배터리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658ps의 최고 출력과 81.6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2억 2,000만원~2억 3,000만원 정도인데 성능, 크기 등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차량 업그레이드를 생각하는 상위 중산층이나 부유층 고객들에게는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메르세데스의 GLS가 다소 둔탁하게 느껴지고, 아우디의 RS Q8이 어딘가 아쉽게 여겨지지만 람보르기니의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까지는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다. 


BMW XM


다만 BMW는 미니, BMW 모토라드와 함께 공간을 구성하면서 공간 구성이 다소 평면적이다. 2019년 서울모터쇼 당시 2 전시관에서 진행됐던 미니의 단독 전시관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층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땐 데이빗 보위, 비틀즈 등 영국 팝과의 문화적 연결성도 고려한 플로어 플랜으로,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즐길 만한 공간 구성이 좋았다. 이번 전시는 BMW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제조사들의 공간 구성이 평면적이다. 



⑥쏘나타 디 엣지, 실질적인 모델 업그레이드의 대안


아무리 수입차가 많아지고 제네시스의 인기가 높아도, 한국에서 실제적으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대차(차량 교체) 수요는 준중형에서 중형으로 올라가는 단계에서 발생한다. 아반떼에서 쏘나타로의 이행은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된 개인 일생의 성장기를 상징한다. 통상 결혼과 출산이라는 패턴을 따라가는 대차 수요인데, 이런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이미 ‘프리미엄’이 된지라, 쏘나타의 가치는 다시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쏘나타 디 엣지 N 라인


디자인은 확실히 달라졌다. 전면은 그랜저를 닮았는데, 범퍼의 에어로파츠는 훨씬 스포티하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N 라인과, 항공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에어로 실버 매트(Aero Silver Matte)라는 컬러 두 가지가 전시돼 있다. 



⑥이름에 붙지 않는 이름이지만, KG 모빌리티의 새출발


현대 아니면 기아 구도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브랜드가 쌍용이었다. 이제 그 쌍용이 KG 모빌리티로 다시 출발한다. KG 모빌리티의 KG는 경기비료를 모태로 한다. 롯데정밀화학에 이어 요소수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의 업체이기도 했다. 


EVX 콘셉트카


특히 SUV나 픽업 영역에서 독보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지난 해는 토레스가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전히 4,000대 중반에서 5,000대 초반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 차의 전기차 버전의 콘셉트카 EVX가 단연 화제일 것이다. 1회 완충 시 예상 주행 거리는 국내 기준으로 420km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차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콘셉트카 O100은 국내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중형 전기 픽업이라는 독특한 존재감으로 기대감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전기 픽업 트럭 O100 콘셉트카


F100 콘셉트카는 정통 오프로더 지향의 EV 콘셉트다. 확실히 한국 시장에 드문 타입의 콘셉트카이기도 하다. 과거 토요타의 TJ 크루저 콘셉트를 연상케 한다. 


F100 콘셉트카


다만 KG 모빌리티 역시 전시 공간 설치에 있어서는 다소 촌스러운 점이 있다. 그냥 벽면을 따라 죽 늘어선 신차들 사이에 상징성의 ‘위계’ 차이는 있을지언정, 새로운 브랜드의 방향성을 이야기할 만한 스토리텔링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겨우 살아난 회사다. 많은 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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