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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Apr 03. 2023

월드 챔피언 미만 '잡'

2023 F1 호주 GP, 페르스타펜-해밀튼-알론소 챔피언 회합

2000년대 초중반, 2010년대, 2020년대 포뮬러 원 월드챔피언들이 포디움에 나란히 모였다. 현지 시간 4월 2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앨버트 파크(Albert Park)에서 열린 2023 시즌 포뮬러원 그랑프리 3라운드에서 레드불 오라클의 막스 페르스타펜(#1),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루이스 해밀튼(#44), 애스턴마틴 레이싱의 페르난도 알론소(#14)가 나란히 1위부터 3위를 점했다. 막스 페르스타펜은 시즌 2번째 우승이자 두 번째 폴 투 윈, 루이스 해밀튼은 오랜만의 포디움, 알론소는 3번 연속 3위다. 이번 시즌은 초반에 이야깃거리가 많다.

"마, 이기 챔피언이다!"

막스 페르스타펜에게 근 반 년 사이 가장 짜릿한 승리가 아니었을까. 2시간 32분 38초 371로 우승을 거뒀지만 간만에 쫄깃했다. 1그리드에서 출발했지만 조지 러셀에게 리드를 뺏겼고 첫 랩에서는 해밀튼에게도 밀리며 3위에서 시작했다. 첫 코너 이후 직선이 이어지는 구조는 1단 기어비가 짧은 레드불의 세팅 상 불리한 점이 있는데, 그 특징이 노출된 장면.

그러나 1랩에서 애스턴 마틴 레이싱의 왕자 랜스 스트롤(#18)과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16)의 컨택이 있었고 바로 세이프티카 상황이 발동됐다. 7랩에서는 윌리엄스의 알렌산더 알본(#23)이 나가 떨어져 경기가 중지됐다. 짧은 코너인 2 섹션에서 속력을 줄이지 못한 상태 그대로 스핀하며 연석 구간을 통과했는데 드라이버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 10랩에서는 역시 이 구간에서 하스의 케빈 마그누센(#20)이 미끄러졌다. 가상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속력을 줄이지 못한 게 화근. 결국 10랩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했다. 페르스타펜이 러셀의 리드를 위협하기 시작하기 시작한 게 이 이후 시점이며, 12랩에서는 그 특유의 동물적인 바깥쪽 추월로 러셀을 앞질렀다.

사실 호주 GP와 막스 페르스타펜은 인연이 좋지 않은데, 연습주행에서도 차가 미끄러지며 풀밭에 나가며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실제로 리드를 잡은 이후인 47랩에서 다시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라디오로 “계속 선두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며 행운을 기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결국 생애 첫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 우승.

사실 페르스타펜이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세이프티 상황의 덕도 컸다. 그런데 레이스에서의 운은 누가 전세 낸 게 아니었다. 마지막 랩에 거의 가까워진 57랩에서 케빈 마그누센의 20번 차량 우측 후륜이 벽에 추돌하며 타이어가 날아가버렸고 다시 레드 플래그가 올라갔다. 그리고 정지 후 재출발. 그런데 그 직후에도 충돌이 일어났다. 르노 알핀의 피에르 가슬리(#10)가 페르난도 알론소의 오른쪽 후륜을 컨택해 알론소가 스핀했다. 안타까운 것은 리타이어한 쪽이 가슬리였다는 것. 팀 동료 에스테반 오콘(#31)도 동반 리타이어 했다. 이렇게 해서 전체 리타이어한 차량이 8대나 됐던,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완주한 차량 중 최하위인 페라리의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55)가 1위와 6초 594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페르난도 알론소는 1위와 0.789초 차이가 났다. 2위를 노리기엔 조금 부족했던 수준이지만 3위를 잘 지켜 챔피언 회합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2005년과 2006년에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전체 포인트는 45로 시즌 드라이버 순위에서도 3위. 팀 동료 랜스 스트롤은 지난 사우디아라비아 GP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4위로 12포인트나 따냈다. 전체적으로 애스턴마틴 차량의 세팅이 업그레이드된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