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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Jun 15. 2023

왕관이 무거워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1)

토요타 크라운 2.5 HEV, 2.4 듀얼부스트 HEV 시승

캠리, 코롤라 등 토요타의 주 라인업은 모두 왕관, 혹은 그와 비슷한 말과 관련이 있다. 캠리는 칸무리(冠)에서 유래했고 코롤라도 스페인어로 꽃봉오리를 말하는데 왕관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계열의 이름 중 가장 유명한 차는 크라운이다.


토요타 크라운 2.5 하이브리드

그럼에도 토요타의 ‘왕관’은 무겁고 권위적이지 않다.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기품을 포기하지 않는 입헌군주국 군주의 왕관이랄까. 대중적 브랜드의 플래그십이 전하는, 무겁지 않은 기품과 혁신을 강원도 일대에서 만나 봤다. 



토요타 크라운 TMI

토요타 1세대 크라운


1. 1세대 크라운은 1955년에 태어났다. 영인제과가 크라운으로 개명하기 1년 전에 이 차가 먼저 나왔다.

2. 과거 한국의 신진자동차가 2세대부터 4세대 차종까지를 들여와서 조립해 판매했다. 차명은 레코드. 김승옥의 소설 ⟪서울의 달빛 0장⟫에도 나온다.

3. 일본 택시 크라운과는 다른 모델. 택시용 크라운은 크라운 컴포트라는 모델로 플랫폼도 아예 다르다.


시승 방식


1명의 운전자 2.5리터 하이브리드 HEV와 2.4리터 터보 엔진 기반의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를 번갈아 타며 1차량 당 2명이 타게 됐다. 기점은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 반환점은 강릉 사천해변의 카페 ‘곳’. 반환점에서 차량을 바꾼다. 


편도 구간 중간 기착점에서 운전을 교대했는데, 강원도 특성 상, 편도 구간을 비슷한 거리로 나누기가 어려웠다. 중간 기착점인 강릉대관령 휴게소는 반환점과 1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결국 각 운전자는 좀 더 오래 탈 차를 정해야 했고, 휠로그는 2.5리터 HEV를 선택했다. 출발점에서 고속도로 입구까지 약 25km 코스의 와인딩, 휴게소까지 32km 구간 고속도로 주행이었다.




리튬 만능주의에 대한 거부, 2.5 HEV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최강자이면서도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무리 패키징이 뛰어나도 화재 가능성을 0%라고 단정할 수 없는데다, 언제든 무역분쟁의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이는 출력이 떨어지고 무게가 무거워도, 상당 기간 니켈 메탈 배터리를 유지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바이폴라 니켈 수소 배터리는 토요타가 변명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존 셀 간을 연결하던 단자를 제거하고 셀 면끼리의 직접 접촉을 통해 통전 성능을 높였다. 이를 통해 일단 출력이 확실히 높아졌다. 모터 최고 출력/최대 토크는 전륜 88kW(119ps)/20.5kg∙m, 후륜 40kW(54ps)/12.5kg∙m. 전륜 모터의 경우 스타트, 충전 담당, 구동 담당의 두 모터가 하나로 통합돼 패키징이 컴팩트해지고 효율도 개선됐다. 


당장 이는 40~70km/h 구간에서의 부드러운 가속과 재가속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확실히 모터 개입 범위가 넓어졌는데, 렉서스의 ES 하이브리드보다는 엔진 개입 범위가 빠르고 2세대 NX의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정도다.



와인딩은 유람이다


파크로쉬에서 진부 IC 까지의 25km 길은 산의 속살을 파고드는 길이다. 아침나절엔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안개가 좋다. 이 길은 큰 굽잇길과 자잘하고 빠른 코너가 이어져 있으며 오르막 내리막이 빈번하게 교차한다. 그래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나 한 핸들링 한다 하는 질주 마니아들에게도 인기 높은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길을 서킷 타듯 타는 것이 아니라, 길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며 안정적으로 유람하듯 타고 싶다면 크라운 2.5 HEV는 최적의 차다. 크로스오버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싱 지상고는 그랜저보다 낮으니 롤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감속 시 모터와 엔진 간의 협응이 좋으니 구동이 부드럽고, 차체의 자세 제어와 스티어링휠 조작도 부드럽다. 



전장 4,980 ㎜, 휠베이스 2,850 ㎜로 긴 차이지만 후륜에 적용된 전기 모터의 토크 제어가 정밀하다. 21인치 휠은 현가 장치와 좋은 밸런스를 맞춘다. 225㎜ 단면폭으로 넓은 편은 아니지만 편평비는 45%여서 구동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선회 시 마찰력 확보는 최대한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어떤 와인딩 길이라도 규정속력을 10% 정도 상회하는 정도에서는 무리가 없을 수준. 


다만 노멀 모드에서는 마음 먹고 거칠게 코너에 진입했다고 탈출하며 재가속할 때 후륜이 약간 늦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가급적 이 때는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회 후 자세를 고쳐 잡을 때의 차체 안정성과 조향의 유기성은 뒤에 타 본 2.4리터 듀얼부스트에 적용된 AVS(가변제어 서스펜션)에 비추어도 뒤질 것이 없었다. 경량화를 통해 불필요한 모먼트를 줄인 TNGA 플랫폼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연비그거 굳이 측정해야 ? 더 강력해진 회생제동


기존 니켈 메탈 배터리 기반의 2.5리터 하이브리드는 고속 주행에 들어가면 거의 엔진만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시내 구간에서 번 연비를 고속에서 까먹곤 했다. 하지만 새로운 배터리 기반 모터는 고속 구간에서도 ‘열일’한다. 엔진 혼자 열 받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239ps의 합산 출력은 쭉 뻗은 도로에서 아쉬움 없는 가속성능을 보여준다. 186ps로 소폭 개선된 출력의 엔진도 렉서스 특유의 기분 좋은 회전감을 자랑한다. 다만 고급차량 치고 실내로 유입되는 구동음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개선된 배터리와 모터의 힘은 회생제동에서 더욱 돋보인다. 대관령을 넘어선 내리막, 가벼운 브레이크 페달 조작만으로도 적극 제동 모드인 B 모드보다 더 강한 제동감을 느낄 수 있다. B 모드는 주행 중 기어 레버를 한 번 더 아래로 내리면 작동한다. 참고로 2.5 HEV에는 패들 쉬프트 미적용. 내연기관 차량을 타다 보면 브레이크액의 과열로 제동이 잘 되지 않는 베이퍼 록이나, 패드 과열로 인한 페이드 현상이 있을 수 있는 구간인데, 이런 구간을 한 번씩 주행하면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십분 느끼게 된다.


토요타나 렉서스 그리고 혼다 등 일본 브랜드 차량을 시승하며 연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쌀로 밥을 짓는다는 것만큼 당연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다. 남의 차인만큼 한껏 밟았지만 반환점 도착 시 연비 18.9km/L였다는 정도로 마무리. 가장 나쁘게 찍힌 순간 연비가 14.4km/L였다.


구동 방식은 전륜이 기본이고 후륜에도 리어 모터가 들어가는 기존 E-four 타입. 바로 전 세대까지 FR(앞 엔진 후륜 구동) 및 FR 기반 4륜 구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다. TNGA 플랫폼의 특성상 굳이 후륜 구동을 유지해야만 조향 성능이 잘 발휘되는 것도 아니다. 고속 주행 시 후륜의 마찰력 부족은 E-액슬이 확보해준다는 가정 하에, 실내 공간의 확보가 필요한 차종에 굳이 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덕분일 것이다.  



무게 잡지 않는 실내와 편의 기능


크라운의 실내는 여느 토요타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심플함에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모든 마무리들이 깔끔하다. 시트는 불필요한 압박이 없고 잠깐의 운전에도 마치 내 몸 같다. 


아쉬운 것은 디스플레이.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의 색감이라든가 그래픽의 부족한 심미성 등은 분명 단점이다. 오디오 시스템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반전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악기, 목소리 등 각 요소의 분리감이 부족해다. 플래그십이면서도 경량화를 달성해야 하며, 상위 브랜드인 렉서스의 정체성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복잡한 과제 속에서 이런 목표까지 달성하는 건 무리.  



ADAS인 TSS(Toyota Safety Sense) 중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과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Lane Tracing Assist)는 안전에 좀 더 집중했다. DRCC는 선행 차량과의 거리 유지 시 제동이 발휘되는 시점이 조금 더 빨라졌다. 특히 LTA는 렉서스 브랜드의 NX 시승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한층 진득하고 견고해졌다. 이전에는 좌우 차선 사이를 억지로 맞추려고 스티어링휠이 쉴새없이 까딱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새로운 TSS나 LSS 나 자율주행 이해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2.5 HEV의 가격은 5,600만 원대다. 국산 전륜구동 플래그십 세단 풀옵션 가격이 5,200~5,300만 원. 당연히 후자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출시 후 3개월만에 생기는 여러 품질 문제들을 본다면 글쎄, 화려한 기능과 터치 기능으로 바른 센터페시아가 좋은 차의 증거일까? 멀리 내구성까지 볼 것도 없이 최소 3년은 속썩이지 않을 차를 고르라면 크라운 쪽에 한 표를 던지겠다. 



(2)편은 2.4 듀얼부스트 시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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