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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Sep 21. 2023

4억원 시계와 F1 GP 우승, 바꾸실래요?

페라리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몬자 GP 3위 이후 싱가포르 GP 우승


2023 시즌 포뮬러 원을 치르는 페라리에서, 카를로스 사인츠가 실력적인 면에서 실세 면모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의 별명인 ‘스무드 오퍼레이터(smooth operator)’에 걸맞게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경기 운영으로 차근차근 포인트를 따먹더니 결국 팀 동료 샤를 르클레르도 올 시즌 해 보지 못한 폴 투 윈을 달성했다. 지난 9월 17일, 싱가포르 GP에서다. 


싱가포르 GP 폴 투윈 차지한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싱가포르의 밤을 지배한 스무드 오퍼레이터, 

페라리 카를로스 사인츠 폴투윈


사실 카를로스 사인츠(#55)는 지난 9월 3일, 이탈리아 몬자 서킷에서 열린 2023 포뮬러원 그랑프리에서도 폴 포지션을 차지했다. 이 때, 스쿠데리아 페라리 F1의 팬들은 꿈에 부풀었다. 2019년, 팀 동료 샤를 르클레르가 거뒀던 우승 이후 실로 오랜만에 이탈리에에서의 페라리 우승이라는 상징적 이벤트가 있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선에서 2위를 차지한 오라클 레드불의 막스 페르스타펜과(#1)의 차이가 말 그대로 ‘깻잎 한 장’ 차이였고 결코 우위가 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막스 페르스타펜은 이미 연승 대기록을 깨버린 상황이었으며 5그리드를 받고서도 우승해버리는 등 올 시즌 ‘아무도 나를 막을 순 없으셈’ 모드였다. 몬자 그랑프리 후 F1.com은 공식 SNS에, 경기 중 내린 비를 페라리 팬들의 눈물에 비유한 피드를 올리기도 했다. 


폴 포지션을 차지했으나 3위로 마무리한 몬자 GP


하지만 카를로스 사인츠는 9월 16일의 싱가포르 GP 예선에서도 폴 포지션을 따냈다. 그리고 이 때 희망을 봤다. 레드불 듀오가 올 시즌 처음으로 둘 다 10번 그리드 이하에서 출발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페르스타펜이라 해도 11위에서 바로 우승을 차지하는 건 무리였다.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물론 막스 페르스타펜도 5위로 마무리 하며 포인트를 얻었고 이미 2위 드라이버와의 포인트 차이가 압도적인지라 시즌 챔피언 경쟁에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포뮬러 원의 매력은 매 순간의 기록이 다 스토리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사인츠의 싱가포르 GP 폴 투 윈은 2019년 이후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4년만에 싱가포르에서 거둔 우승이다. 당시에는 샤를 르클레르가 폴 포지션을 차지하고, 3위였던 제바스티안 페텔이 우승했는데, 이번에는 한 사람이 예선 1위와 폴 포지션을 모두 가져갔다. 제바스티안 페텔은 당시 우승을 통해 싱가포르 GP에서만 통산 5승을 기록하며, ‘싱가포르의 사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가 오랜만에 그 영광을 재현하며, 올 시즌 전체적으로 부진에 빠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실 이런 명문팀은 단순히 결과보다 어떤 역사성을 부각하는 승리가 더 멋진 법이다. 



4억원 리샤르 밀 시계? GP 우승 전조라면 기꺼이 OK


사실 몬자 서킷에서 폴 투 윈을 놓치고 3위로 마무리한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는, 그 다음 주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가 ‘X’(구 트위터)에 쓴 것에 따르면 ‘작은 사고’인데, 바로 그의 시계가 없어진 것. 


사인츠 주니어가 도둑맞은 리샤르 밀 RM67-20



한데 이 시계가 바로 리샤르 밀(Richard Mille)의 스포츠 시계 RM 67-02라는 모델로 30만 달러(한화 약 3억 9,800만 원)를 넘어가는 제품이었다. 정교한 티타늄 부품, 물결 패턴이 드러나느 카본 등 특수소재 기반의 케이스 등이 어우러진 시계다. 페라리와는 인연이 깊은데, 리샤르 밀의 라인에 전 회장이자 국제 자동차경주 연맹(FIA)의 수장을 지냈던 장 토드를 위한 라인이 있을 정도다. 특히 중력에 반응하는 G 센서를 적용한 첫 모델이 장 토드의 RM 50-01이다.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의 55번 차량




여하튼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의 경우 이걸 잃어버린 다다음 주인 싱가포르 GP에서 우승을 거두게 된 것이어서, 본의 아니게 행운의 절도(?)를 당하게 됐다. 일종의 ‘액땜’인 셈인데, 포뮬러 원 드라이버들이라면 포뮬러 원 우승을 위해 실제로도 시계 따위는 얼마든지 희생할 이들이다. 


사실 포뮬러 원 드라이버들이 이런 범죄의 대상이 되는 일은 허다하다.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만 해도 올해 연봉이 1,200만 달러에 달한다. 즉 시계 가격의 40배다. 


카를로스 사인츠는 현재 142 포인트로 애스턴 마틴 레이싱의 페르난도 알론소(#14)에 이어 5위다. 격차는 28점차. 그러나 전반기에 기세가 좋던 페르난도 알론소가 최근 약간 부진한 가운데 늦게 발동이 걸린 카를로스 사인츠가 꾸준히 포디움 피니쉬에 근접한다면 시즌 4위는 도전해볼 만하다. 


한편 시즌 초반만 해도 기대를 모았고 폴 포지션을 한 차례 차지하는 등 기대를 모았던 팀 동료 샤를 르클레르는 총 123 포인트로 카를로스 사인츠에 뒤져 있는 6위다. 물론 한 경기 정도면 뒤집힐 수 있ㄴ는 포인트지만 최근 샤를 르클레르가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다 보니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의 상승세가에 좀 더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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