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현주 프로,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소속사 보시란 거예요

by 휠로그

담 증세로 인한 목 통증. 유현주 프로가 11월 18일, 무안에서 시드순위전 예선 3라운드를 끝으로 기권한 이유입니다. 전남이니 따뜻한 곳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11월의 무안은 북서풍을 맞이하는 자리죠. 기능성 골프웨어가 발달했다지만 추위 속에 장시간 노출되면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라도 으슬으슬 내리면 한기는 온몸의 기력을 떨어뜨립니다. 지옥의 시드전이라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죠.

EB8BA4EC9AB4EBA19CEB939CED8C8CEC9DBC.jpg?type=w1200


소속사는 유현주프로의

투어 진출을 진짜 바랄까?

하지만 유현주 프로의 목 통증이 추위 때문이라고만 돌리기에, 2라운드까지의 성적이 너무 좋았습니다. 정규투어 최소 20경기는 출전할 기세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날아가버렸어요. 기권은 결과에 대한 본인의 포기에 가까울 듯합니다. 뭔가에 망연자실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근본적으로 험한 시드전 스케줄을 소화할 몸을 만들지 못한 채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유현주 프로의 일정을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그의 일정이 투어 복귀만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인플루언서이자 모델이기도 한 만큼 연습 외에 요구되는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단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의 활동과 SNS만 봐서는 투어 시드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선수'들의 루틴과 차이가 있지요.


TV광고, SNS바이럴, 예능까지 유현주 프로의 대중적 접점은 넓습니다. 바꿔 말하면 할 일이 많단 얘기입니다. TV광고는 미팅도 필요하고 촬영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소속사가 전담한다고 해도,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유현주 프로가 미팅 자리에 동석해야 할 일이 전무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EB8BA4EC9AB4EBA19CEB939CED8C8CEC9DBC%2B28129.jpg?type=w1200

SNS 바이럴은 큰 일이라 할 순 없겠으나 은근 자잘한 일이 많습니다. 직접 피팅도 하고 사진도 올려야 합니다. 요즘 유저들은 본인이 진정성을 담아 올린 게시물인지 관리자가 올린 것인지 귀신같이 압니다. 지표가 증거죠.


이 대목에서, 시드전을 앞뒀던 상황의 소속사 메시지는 의미 있습니다. "내년에 시드를 얻으면 투어에 집중해 투어프로 유현주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미어터지는 KLPGA 시드가, 그렇게 전제 조건 정도로 취급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런 접근으로 따낼 수 있는 것이던가요? 골프를 대중에게 더 알리겠다는 선수의 뜻이라고 했지만 이미 골프인구는 팬데믹 시대 들어 600만을 바라보고 있고 이는 그 이전 대비 2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리고 냉정히 생각해서 유현주 프로가 드림투어와 예능을 병행해도 좋을 만큼 실력의 여유가 있었을까요?


소속사는 진짜로 유현주 프로가 투어에 나가길 바랐다면, 스타급 선수들을 지도한 인스트럭터에게 보내고 전지훈련을 시켰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 소속사는 스포츠마케팅 기업이라기보다 용품 전문 기업입니다. 과거 김하늘 프로 등 실력 있는 선수들을 후원했지만, 선수로서의 역량 매니지먼트보다 이미지 마케팅에 장기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현실적 선택의 시기

롱드라이브 전문선수는 어떨까?

물론 현 소속사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죠. 냉정히 유현주 프로가 투어에 진출한다고 해도 현재 광고료로 올리는 것 이상의 상금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요? 물론 후원이 더 많이 들어올 수야 있겠으나 상금랭킹 30위권에도 외모가 출중한 선수들이 더러 있습니다. 재능과 미모를 동시에 갖춘 선수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아마 소속사도 현실적으로 이런 판단을 했을 겁니다. 그러면 차라리, 현실적으로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유현주 프로의 장점은 좋은 신체적 조건에 기반한 장타입니다. 차라리 이 부분을 극대화해 롱드라이브 선수로 키우는 건 어떨까요? 어프로치, 퍼트 등 투어 성적과 직결되는 세기細技는 솔직히 현시점에서 소속사나 선수 모두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자체 판단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EB8BA4EC9AB4EBA19CEB939CED8C8CEC9DBC%2B28229.jpg?type=w1200




그러나 롱드라이브라면 다르죠. 잠재적인 능력이 여기서 몇 배로 꽃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우락부락한 중년 여성 선수들이나 역도선수 비주얼의 여성 롱드라이브 선수들 중에서 유현주 프로 본인의 매력적 외모가 더 돋보일 겁니다. 투어 진출 이상의 금전적 실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화장할 시간에 연습이나 더해라"라는 꼰대들의 의견은 같잖은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프로페셔널 스포츠의 근간을 모르는 얘기예요. 골프가 북한식 엘리트 스포츠던가요?

다만 저를 비롯해 유현주 프로의 재능을 아깝게 여기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현주 프로와 소속사가 더 이상 잘못된 방향과 현실적 이익 속에서 갈팡질팡하지 않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롱드라이브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훌륭한 스윙을 가진 유현주 프로는 좋은 스윙 인스트럭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대학원 진학 등을 소속사가 후원하는 것도 방법이죠.

투어프로가 목적이면 그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고, 그게 아니라면 디자인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할 겁니다. 프로와 소속사 모두에게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유현주 프로가 좌절 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가길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런 투어라면 저승 투어인들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