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WT 알핀 F1 팀 편
FIA 포뮬러원(F1)의 2024 시즌 개막이 어느 새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세계 모터스포츠 최정상 카테고리인만큼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존재하며, 레이싱에 관심을 갖게 되면 대부분 포뮬러원부터 보게 된다. 포뮬러원 머신은 그대로 거대한 광고 매체다. 포뮬러원에 처음 입문하는 팬들을 위해, 각 팀 차량에 붙어 있는 메인 및 서브 스폰서들의 로고가 어떤 기업의 것인지 팀별로 간략히 살펴본다. 첫 팀은 르노그룹 산하 BWT 알핀 포뮬러원 팀(BWT Alpine F1 Team)이다. 참고로 너무 잘 알려진 기업들은 제외했다.
2024 포뮬러원 BWT 알핀 차량
유럽에서 물은 생각보다 귀한 재화다. 대륙 지질 전반이 석회질이 많기 때문에 물에서도 석회 성분이 다량 검출된다. 덕분에 질 좋은 와인이 생산되지만, 석회질이 관절 등에 침착돼 노년으로 갈수록 발목이 굵어지는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정수 기술 및 이를 활용한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다.
BWT 알핀 포뮬러원 팀 머신에서 가장 크게 자리하는 BWT 로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수 기업 BWT의 로고다. 1823년 독일에서 요한 벤키저(Johan Benckiser)가 설립한 벤키저 바서테크니크(Benckiser Wassertechnik)가 시작으로 현재 기업의 국적은 오스트리아다. 이름이 익숙할 텐데 국내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레킷벤키저의 그 벤키저가 맞다. 정수기 필터 및 간이 정수기 등으로 유명하다. 광물을 걸러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비다(Vida)라는 필터 제품과 간이 정수기가 국내에도 알려져 있다. 쿠팡에서도 살 수 있는 독일 브리타 사의 막스트라와 쌍벽을 이룬다.
기업의 메인 이미지 컬러가 핑크로 차량의 전체 색조에도 이를 반영한다. 포스 인디아의 후신이자 현재 애스턴마틴의 전신인 레이싱포인트 시절에는 선호도가 갈렸다. 안 그래도 좀 느끼한 이미지인 랜스 스트롤의 이미지와 안 맞다는 평. 그러나 현재 르노에서는 퍼플 계열 컬러와의 그라데이션을 통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특히 에스테반 오콘, 피에르 가슬리와는 잘 어울리는 편.
당연히 르노그룹 산하이자 팀 이름이므로 눈에 띄는 자리에 위치한다. 알핀은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A110만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알려져 있다. 르노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생산되던 스포츠카를 2017년 부활시켰다. 최고 출력 252ps를 발휘하는 1.8리터 엔진과 7단 DCT가 결합된 이 차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들의 배기량 당 출력에 대한 과세 정책으로 인해, 적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 당시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나왔던 박스터의 카이맨과 경쟁구도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알핀은 2021년부터 별도의 디비전으로 거듭났고 로터스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전기차 버전의 A110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2023년에는 B 세그먼트 전기차 A290β를 공개했다. 이 차는 올해 유럽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bp 얼티밋(bp ULTIMATE)’ 로고는 다소 작게 붙어 있지만 아람코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화학 기업 브리티쉬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의 무연∙고테인 휘발유 제품명이다. 터보 엔진은 엔진 배기량의 다운사이징에도 대배기량 엔진을 능가하는 출력을 내는 것을 가능케 했지만, 동시에 가솔린 엔진 역시 고온, 고압 연소 조건에서는 미세 오염물질(gasoline particulate)의 배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노출시켰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가솔린 엔진 차량에도 디젤과 마찬가지로 미립자 포집 필터를 장착하도록 했다. 동일 차종임에도 국내 도입되는 차량들의 출력이 10ps 정도 더 높았던 게 이러한 이유다. bp 얼티밋은 일반적인 고옥테인 휘발유의 95RON보다 더 높은 97RON의 옥테인가를 갖고 있으며, 고성능 엔진에서 노킹 방지 및 미립자 배출 억제 등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필기체로 써서 잘 보이지 않지만 ‘H.Moser & Cie’라는 회사 명칭도 보인다. 스위스 출신 장인 하인리히 모저가 1828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설립한 시계 브랜드로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IWC의 설립에 도움을 주기까지 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브랜드는 20세기 중반 동서 냉전 기간 동안 오래 침묵하다, 2002년에 하인리히 모저의 증손자 로저 니콜라스 발지거와 위르겐 랑에 박사가 손잡고 부활시킨 회사다. 이 과정에서 IWC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황동으로 만든 큰 다이얼이 특징.
글로벌 고급 호텔의 어메니티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독일 화장품, 뷰티 기업이다. 또한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기도 하고 발망, 보그너 등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기능성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AI 기반 고객 경험 통합 관리 솔루션 기업이다. 삼성, 혼다 등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솔루션 제공 기업. 기업과 소비자군의 특성에 맞는 광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프론트 윙 측면,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하단에 있다.
헤일로 쪽에 새겨져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HR 솔루션 기업. 기업, 고객, 인력 등에 대한 리포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한 기사도 종종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맞은 그 바이낸스 맞다. 창립자인 자오창펑은 중국계 캐나다인. 본사를 몰타로 이전했다고 하지만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사건사고가 꽤 많은 기업이고, 2023년에는 여러 계열사들이 기소당하는 등 현재로선 바람 잘 날이 없는 기업이다. 머신에서 가장 격한 측면 와류가 지나가는 콕핏 측면 아래쪽에 로고가 있다.
포뮬러원 머신에 들어가는 광고는 100만 달러가 시작 선이다. 한 이벤트 당 전세계 TV 시청자 규모가 6억 명인 점을 감안하면 노출 효과 대비 합리적인(?) 금액이다. 메르세데스의 독주 시절 잠시 인기가 주춤하긴 했으나 마케팅과 컨텐츠의 다양화가 어우러지며 다시금 글로벌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광고비는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