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서울여대
남자라고 다, 여자는 어릴수록 좋다는 영계지상주의자만 있는 건 아니다. 곧 죽어도 연상만 찾는 사람도 있다. 정서적 안락감, 성숙미 글쎄 그런 세분화된 조건의 총합보다 큰 '누나만의 매력', 어린이들에게 없는 슈퍼 이끌림 포인트가 분명히 있다.
어도어 대표이자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은 9자 학번과 0자 학번 초기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줬던 그 시절 '누나'의 최근 소식 같은 존재다. 딸이 다섯이나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예쁜지, 첫째는 그 누나를 첨 만났을 때의 첫인상 같고 둘째는 밥 먹으러 갔다가 의외의 습관을 노출하고 부끄러워하던 표정을 훔친 듯 닮았으며 다섯째는 우연히 보게 된 그 누나 다이어리 속 어린 시절 가족사진에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넷째는 처음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함께 갔을 때의 그 불안했던 눈망울을 물려받았으며 셋째는 연락이 끊긴 후 우연히 홍대에서 마주쳤던 단발 변신 후의 모습... 술을 부르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민희진은 빠른 79 즉 97학번. 99나 00학번 남자들에게 생일 빠른 여자 선배는 왜인지 아주 얇지만 뚫을 수 없는 베일 건너편 존재 같았다. 학제를 하나씩 건너 넘어가는 나이차라 들었던 감상인지도 모른다.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멀어지는, 즉 애달프고 닿을듯 말 듯 하는 '누나' 어쩌면 누나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은 누나에게 덧씌워진 상황을 즐겼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연상을 좋아하는 남자야말로 어떤의미로 찐변태일 가능성이 높다.
민희진에게는 한 가지 특별함이 더해진다. 그가 다녔던 서울여대다. 일반화하긴 그렇지만 학교마다 눈에 자주 띄는 스타일이 있단건 부정 못하지. 그 시절 서울여대 학생들은 좀 수수했다. 육군사관학교와 이웃한 동네인데, 그 당시 그곳은 한적했고 번화가와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인가, 그냥 고등학교 시절 사복을 좀더 꾸미고 살짝 화장을 더한 정도. 긴 생머리 스타일이 많았다. 소개팅 경험상, 그 당시 탈색 염색이 유행이었는데 유독 흑발비중이 높았다 메이크업도 수수했다 다른 여대생들 대비 학생 같달까.
그럼에도 만나면 상대로 하여금, 고등학생의 기분으로 돌아가게 하는 무언가의 마력이 있었다. 나중에 대학원에서 그 학교 출신 누나에게 듣기로, 어차피 여대라고 일이 없는 거 아닌데 그걸 일일이 다 하려다보면 꾸밀 시간이 없어서 그런 스타일이 많았다고 했다. 도심권에 위치한 여대처럼 '너 오늘 뭐 해'라는 문자 메시지에 이웃학교 남학생들이 달려오기엔 거리가 멀었다고. 바로 맞은편의 육사 생도들은 나라가 먼저인 존재들이었고, 한예종 학생들은 '자급자족'이었다. 성균관대는 6호선이 생기기 전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 이런 조건들이 겹쳐지다 보니 학교 분위기 자체가 아마조네스였다고. 그러고 보니 표본은 적지만 다들 대가 어느 정도 셌다는 기억도 있다. 그래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서울여대 누나는, 더 누나 같았고 더 끌렸다. 집에서 첫째인 남학생이라면 그런 끌림이 더 강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민희진을 보며 그 시절 저마다의 '서울여대 누나'를 기억하는 남자들의 시선으로 다시 돌아가서.
"야, 그 누나 애가 다섯이면 남편 많이 벌어야겠네. 맞벌이하긴 힘들 거 아냐. 현실적으로."
"아니 혼자래. 돈 갖고 치사하게 굴어서. 갈라섰대. 애 다섯 다 데리고. 돈은 자기도 잘 번대. 연봉이 수백억이란다."
"그래? 연락처가 있나."
"연락처는 왜, 뭐하게? 꿈 깨라. 그 누나 지금도 모델 같은 연하만 만난다. 우리 같은 개저씨들 취급도 안 해."
"아 뭐래. 누가 꼭 그런 검은 목적으로 연락한대냐?"
"근데 말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진짜 신이 요즘 과음해서 실수로라도, 그 누나랑 연결시켜 준다면, 너 여자애 다섯 키울 수 있어?"
"키우고 못 키우고가 어딨어, 누구 핏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