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골퍼의 좌타 전환기2]
"사장님 저 이사가면 어쩌시려고요?"
주 손인 왼손으로 골프를 다시 시작한 지 2개월, 이제 제법 공이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며 재미가 붙었습니다. 그 와중에 6개월의 연습장 등록 기간이 마감돼 재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오히려 'GDR도 이제 못 쓰는데 왜 등록했냐, 제 값 받기 미안하다'며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사실 좌타 골퍼로 전환할 때 일종의 불편은 각오했습니다. 통상 연습장에는 공을 매트 위로 올려주는 기계가 있는데, 맨 구석에 있기 마련인 좌타석에까지 그걸 설치하는 연습장은 극히 드뭅니다. 전국의 좌타 골퍼는 3,000명 정도이고 전국의 골프 연습장 수는 8,000개소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을 타격할 수 있을 만한 좌타석이 있는 연습장은 극히 드뭅니다. 아예 지대가 싼 지방 혹은 반대로 서울 일부 지역의 고가 스튜디오에서나 제대로 된 좌타 전용 좌석을 볼 수 있죠. 제가 다니던 집 근처(안양 동안구) 연습장도 좌타석의 볼 올려주는 기계는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구니에 공을 담아 매트에 부어 놓고 연습했죠.
하지만 그 불편이, 갑자기 30~40야드가 줄어든 비거리, 걷잡을 수 없는 슬라이스, 전에 없던 통증보다는 견디기 나을 것이라 생각했고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바구니에 담긴 볼을 엎어 놓고 치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프로의 꿈을 꾸며 골프를 시작했던 주니어 시절의 기억도 나더군요. 제가 골프를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기계식 볼 공급기의 성능이 좋지 않아 일부러 공을 부어 놓고 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또 프로들이 이렇게 연습하니까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제 보니 볼 공급기와 매트가 새로 정비돼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이거라도 해 줘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더군요. 6개월 등록비는 70만 원 정도인데 바닥 다시 정리하고 하면 공임 포함 100은 들었을 겁니다. 물론 3년 전쯤에 티칭 프로 준비하던 좌타자가 한 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그분은 이사를 가셨고 개인 스튜디오를 차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나중에는 좌, 우타 상관없이 볼 타격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트랙맨 장비를 더한 좌타 전용 스튜디오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한 2년 정도 뒤 여주쯤으로 알아보고 있고요. 필라테스 스튜디오와 근력 운동 기구도 있는 프라이빗 스튜디오 타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치러 오세요.
이런 계획처럼, 제가 이 연습장에 더 이상 등록을 하지 않으면, 기약 없이 이 기계는 썩어야 합니다. 이 기계의 프레임은 꽤 무거운 쇳덩이라 한 뭉치라, 원래 왼손잡이용으로 나왔으면 오른손잡이용 타석에 다시 넣을 수도 없습니다.
요즘 골프 예능을 보면 전 야구선수이자 저의 영원한 영웅인 이승엽, 투수 김광현, 데이브레이크 보컬리스트 이원석 등이 좌타로 훌륭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시간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일반 골퍼들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좌타 전용 스튜디오나 연습 공간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들의 존재감이 일반 좌타 골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영향력인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저처럼 운이 좋게, 고객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장님을 만나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노력이 가상하면 하늘에 닿을지 어떨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노력을 보고 사장님도 뭉클했다고 합니다. 연습장 찾는 다른 우타 손님들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좋아한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좌타 전환을 미루거나 고민하고 있는 왼손잡이 골퍼 여러분. 여러분이 좌타로 전환할 수 있는 이유가 또 한가지 생기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