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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울프의 스윙이 정석인 이유

좌타로 돌아온 왼손 골퍼의 2달째 경험

by 휠로그

골프 클럽을 원래 손잡이에 맞게 좌타로 바꾼 지도 2달이 됐습니다. 생크가 많이 나고 하프 스윙까지도 버거운 시간이 한 달 반 정도였는데 최근 2주부터 갑자기 3/4 정도 스윙이 가능해지고 공이 맞기 시작합니다. 이미 거리는 동일 클럽 대비 오른손을 넘었습니다. 체감상 들이는 힘은 60% 정도입니다. 물론 힘을 들인다고 되는 게 골프는 아니죠. 리드 손이 임팩트 순간에 어드레스 모양대로 딱 버틸 정도로만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최적일겁니다.


오른손으로 꽤 치다가 실패 확률이 높은 왼손을 왜 택했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승부욕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1년 뒤 필드에서 만나면 적어도 제 플레이에 의심할 수 없을 거라고요.


왜냐면 좌타로 골프를 다시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으로 칠 때는 안 됐던 회전의 순서, 힘을 주는 포인트 등이 원래 제 몸에 맞는 방향으로 바뀐 것도 있진만 가장 큰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1. 테이크백에서는 클럽이 똑바로 가게 한다. 2. 임팩트 전 미리 허리를 틀어 손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어준다. 3. 오른다리를 펴는 힘으로 클럽이 떨어지게 만든다.


그럼 이 원칙들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하냐고요? 크게 클럽을 똑바로 빼는 것과 오른다리로 서는 것 두 가지만 염두에 두고 합니다. 그러면 공이 '빡' 소리를 내며 찍힙니다.


사실 이런 연습을 하면서 생각난 게 매튜 울프(Mathew Wolff)의 스윙이었습니다. 그의 스윙 동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오히려 그의 스윙은 정석입니다. 탑에서의 동작은 클럽을 불필요하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헤드를 똑바로 빼면서 코킹의 위치를 최대한 늦추다 보니 나오는 모습입니다. 이 반대가, 여성 골퍼들이 많이 하시는 동작인데, 테이크백 초기부터 클럽 헤드가 등 뒤를 향하는 동작입니다. 클럽을 똑바로 못 빼는 동작이죠. 그러니까 클럽 헤드가 늦게 따라나오고, 이걸 해결하려고 어깨를 미리 여니까 풀 아웃인 궤적이 되는 겁니다. 이 때 페이스가 똑바로 들어오면 '관광볼'이라 부르는 큰 슬라이스가 나오고 닫혀서 들어오면 완전히 왼쪽으로 죽는 훅이 나오는 겁니다.


최근 프로들은 백스윙도 스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백스윙 탑까지 어떤 모양을 만들기 위해 불안불안하게 '그리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마치 반대편으로 스윙을 하듯이 클럽을 쭉 던져 올리라는 겁니다. 골프 스윙의 동작 자체가 원운동이기 때문이죠. 이 때 헤드를 똑바로 뒤로 뺀다는 느낌으로 휘둘러 올리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습니까? 바로 매튜 울프의 백스윙 탑이 되는 겁니다. 코킹은 이 순간, 왼손잡이는 왼손바닥이, 오른손잡이는 오른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한다는 느낌으로만 해주면 되는 겁니다. 매튜 울프는 이 지점이 한참 뒤에 있게 때문에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 뿐인데요. 실제 프로들이 매튜 울프의 스윙 동작을 흉내내면 더 잘 맞는다는 사람들이 많은 게 이 때문입니다.


그럼 스윙 시작 전의 그 우스꽝스러운 다리 동작과 절륜해 보이는 허리놀림도 이해가 됩니다. 바로 임팩트 순간을 미리 만들고 상상하는 것이죠. 클럽이 지나갈 확실한 공간을 인지하고 다운스윙 시 순서를 명확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 때 백스윙 탑에 가서야 이뤄지는 코킹의 시간이 올바른 다운스윙의 순서 즉 왼손잡이의 오른다리, 오른손잡이의 왼다리로 체중이 옮겨지며 다운스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되는 겁니다.


물론 저는 아직 왼손으로 아주 만족할 결과를 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정타율은 높아지고 있고, 맞았을 때의 파워는 이전과 비할 수 없습니다.


최근 미팅을 하면서 몇몇 자동차 브랜드 대표 및 임원 중에도 왼손잡이 좌타 골퍼들이 더러 계시단 걸 알았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외국인인 경우죠. 언제고 이분들과 자동차 업계 좌타 골프 행사를 만들어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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